자유게시판
축구와 애국의 상관관계
이벤트/백일장
작성자
외노자
작성일
2024-02-09 19:34
조회
236
2002년 여름.
모두가 "대한민국~ 짝짜짝짝짝"을 외치며 거리를 누빌 때,
나는 중국에서 살고 있었다.
사춘기, 고작 중학생.
내가 살고 있던 곳에는 한인이 많지 않았으며,
내가 다니던 학교의 중국 친구들은 월드컵이 뭔지, 축구가 뭔지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듯 보였다.
한국의 뜨거운 열기와는 상관 없이
학교에 가고, 집에 와서 숙제를 하고,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우리나라가 16강에 진출을 했다는 소식을 알았어도,
똑같이 평범한 하루하루가 지나고 있을 뿐이었다.
다만 소심하게 중국 교복 안에 빨간 티셔츠를 입고 학교에 갔다.
태극기가 그려졌던 공책을 사용했다.
괜히 이때 한국의 이미지가 나빠지지는 않을까 혼자 고민하며
일상에서 마주하는 모든 중국 사람들 -학교 친구들, 택시 기사 아저씨, 자주 가는 상점 아주머니 등-에게 평소보다 상냥하게 말했다.
그러다가 8강에 진출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도무지 울컥하는 기분을 참을 수 없었다.
무작정 내가 살고 있는 동네의 광장으로 뛰쳐나갔다.
기대하지 않았던 광경을 마주쳤다.
분명 한인들이 많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그곳에는 이미 아저씨, 아주머니, 꼬마, 청년 한인들이 무리를 지어 모여있었다.
조용하게 각자 자리에서 살고 있던 모두가 '대한민국'을 목놓아 외치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아마 다 같은 마음이었겠지.
가만히, 조용히 이방인으로 살아가다가도
택시에서 라디오로 '한국'이 언급되는 순간, 더 잘 알아듣기 위해 귀가 쫑긋해지고,
별로 좋아하지도 않았던 한국 가수가 중국 티비에서 나오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고,
같은 반 친구들이 '중국이 한국보다 더 강하다.' 라는 말 따위를 할 때면, 이 근자감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건가 싶어 주먹이 불끈 지어지고.
당신의 집이 어디인지,
당신은 누구인지, 나이는 몇 살인지,
또 어디에 속해있는 사람이고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각자의 복잡한 사연을 지닌 채로 모여서는
'대한민국'이라는 네 글자로 단순하게 하나가 되었다.
독일과의 4강전.
그렇게 벅찬 기억을 안고 집으로 돌아갔던 모두-나 포함-는
누가 시키지 않았음에도,
누구 하나 이 날 만나자고 약속하지 않았음에도,
모두가 빨간 티셔츠를 입고 똑같은 광장에 모이게 되었다.
그 광장에서 제일 가까운 어떤 교회 집사님 집으로,
또는 근처에서 식당을 하시는 분의 곳으로,
어떤 혼자 사는 주재원 아저씨네 집으로 몇 명씩 떼를 지어 우르르 몰려갔고,
통성명도 하지 않은 사이였지만 작은 티비를 사이에 두고 함께 응원을 하게 되었다.
내가 갔던 곳은 여느 집사님네 였는데,
응원하는 내내 고향 만두, 옥수수를 쪄주셨다.
비록 경기는 대한민국이 '패'로 마무리 되었으나 괜찮았다.
나는 그 때 '모두'와 '함께'라는 가치의 힘을 처음 알게 되었고,
훗날 내가 타국에서 한국 사람으로 살아내는 모든 나날 속에서도 외로움이 늘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다가도,
이렇게 생각지 못한 곳에서 기쁨으로 터져올라 와 모든 것이 괜찮아질 수 있다는 믿음을 주게 되었다.
한 가지 더 멋진 사실은,
20년도 더 넘은 지금까지도 그때의 기억, '대한민국'이라는 마법의 단어는
나와 같은 상황에 처해있는 일명 '정체성의 위기'를 겪고 있는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연결고리가 되어주며,
자연스럽게 서로의 무정체성의 과거를 화해시키는 도구가 된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애국'을 '용기'라고 칭하며 굉장히 대단한 것 혹은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나는 일제강점기의 독립투사처럼 발톱이 생으로 뽑힌다거나, 물고문을 당하며 '대한민국'을 외칠 수 있는 용기는 도무지 없다.
다만, 이렇게 축구로 작게나마 응원했던 그 추억의 조각을 감히 애국이었다고,
나에게 축구는 애국이라고,
언제라도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축구 경기를 하는 날이면
나는 이렇게 또 애국을 할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대, 한, 민, 국, 화이팅!
모두가 "대한민국~ 짝짜짝짝짝"을 외치며 거리를 누빌 때,
나는 중국에서 살고 있었다.
사춘기, 고작 중학생.
내가 살고 있던 곳에는 한인이 많지 않았으며,
내가 다니던 학교의 중국 친구들은 월드컵이 뭔지, 축구가 뭔지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듯 보였다.
한국의 뜨거운 열기와는 상관 없이
학교에 가고, 집에 와서 숙제를 하고,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우리나라가 16강에 진출을 했다는 소식을 알았어도,
똑같이 평범한 하루하루가 지나고 있을 뿐이었다.
다만 소심하게 중국 교복 안에 빨간 티셔츠를 입고 학교에 갔다.
태극기가 그려졌던 공책을 사용했다.
괜히 이때 한국의 이미지가 나빠지지는 않을까 혼자 고민하며
일상에서 마주하는 모든 중국 사람들 -학교 친구들, 택시 기사 아저씨, 자주 가는 상점 아주머니 등-에게 평소보다 상냥하게 말했다.
그러다가 8강에 진출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도무지 울컥하는 기분을 참을 수 없었다.
무작정 내가 살고 있는 동네의 광장으로 뛰쳐나갔다.
기대하지 않았던 광경을 마주쳤다.
분명 한인들이 많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그곳에는 이미 아저씨, 아주머니, 꼬마, 청년 한인들이 무리를 지어 모여있었다.
조용하게 각자 자리에서 살고 있던 모두가 '대한민국'을 목놓아 외치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아마 다 같은 마음이었겠지.
가만히, 조용히 이방인으로 살아가다가도
택시에서 라디오로 '한국'이 언급되는 순간, 더 잘 알아듣기 위해 귀가 쫑긋해지고,
별로 좋아하지도 않았던 한국 가수가 중국 티비에서 나오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고,
같은 반 친구들이 '중국이 한국보다 더 강하다.' 라는 말 따위를 할 때면, 이 근자감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건가 싶어 주먹이 불끈 지어지고.
당신의 집이 어디인지,
당신은 누구인지, 나이는 몇 살인지,
또 어디에 속해있는 사람이고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각자의 복잡한 사연을 지닌 채로 모여서는
'대한민국'이라는 네 글자로 단순하게 하나가 되었다.
독일과의 4강전.
그렇게 벅찬 기억을 안고 집으로 돌아갔던 모두-나 포함-는
누가 시키지 않았음에도,
누구 하나 이 날 만나자고 약속하지 않았음에도,
모두가 빨간 티셔츠를 입고 똑같은 광장에 모이게 되었다.
그 광장에서 제일 가까운 어떤 교회 집사님 집으로,
또는 근처에서 식당을 하시는 분의 곳으로,
어떤 혼자 사는 주재원 아저씨네 집으로 몇 명씩 떼를 지어 우르르 몰려갔고,
통성명도 하지 않은 사이였지만 작은 티비를 사이에 두고 함께 응원을 하게 되었다.
내가 갔던 곳은 여느 집사님네 였는데,
응원하는 내내 고향 만두, 옥수수를 쪄주셨다.
비록 경기는 대한민국이 '패'로 마무리 되었으나 괜찮았다.
나는 그 때 '모두'와 '함께'라는 가치의 힘을 처음 알게 되었고,
훗날 내가 타국에서 한국 사람으로 살아내는 모든 나날 속에서도 외로움이 늘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다가도,
이렇게 생각지 못한 곳에서 기쁨으로 터져올라 와 모든 것이 괜찮아질 수 있다는 믿음을 주게 되었다.
한 가지 더 멋진 사실은,
20년도 더 넘은 지금까지도 그때의 기억, '대한민국'이라는 마법의 단어는
나와 같은 상황에 처해있는 일명 '정체성의 위기'를 겪고 있는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연결고리가 되어주며,
자연스럽게 서로의 무정체성의 과거를 화해시키는 도구가 된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애국'을 '용기'라고 칭하며 굉장히 대단한 것 혹은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나는 일제강점기의 독립투사처럼 발톱이 생으로 뽑힌다거나, 물고문을 당하며 '대한민국'을 외칠 수 있는 용기는 도무지 없다.
다만, 이렇게 축구로 작게나마 응원했던 그 추억의 조각을 감히 애국이었다고,
나에게 축구는 애국이라고,
언제라도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축구 경기를 하는 날이면
나는 이렇게 또 애국을 할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대, 한, 민, 국,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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