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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 짝꿍에서 인생의 짝꿍으로

이벤트/백일장
작성자
하승완
작성일
2024-02-29 13:25
조회
73
첫눈에 반하는 연애를 꿈꾸는 사람, 그렇게 반한 사람과 결혼까지 성공하는 사람,
과연 이 세상에 얼마만큼 있을까??
이 결혼이야기는 테니스를 배우던 첫해, 공을 치는 시간보다 줍는 시간이 더 많았던 그때 일어났던 일이다.
퍽!퍼억! 나로서는 엄두도 안났던 공을 치는 테니스 경력자들의 랠리를 바라보며 경쾌하게 나는 소리를 듣고만 있었다.
동호회의 특성상 돌아가면서 랠리를 하는데 마침내 내가 공을 칠 차례가 다가왔다.
가뜩이나 긴장된 상태에 주눅든 어깨, 위축된 마음은 발걸음을 무겁게 했고 흙으로 이루어진 클레이코트에는 내 발걸음이 유독 진하게 남는듯 했다.
상대방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복장이나 잠깐씩 봤던 모양새로는 나보다 실력자임에 틀림이 없었다.
예상은 다르지 않았고 상대방은 재미없다는듯이 툭툭 성의 없게 공을 치더니 이내 쉬고 싶다고 대기실로 들어갔다.
나와의 랠리가 재미없었겠지라는 생각에 자책을 넘어서 집에 가고 싶었다.
그때 내 시야에 커다란 왕리본을 하고 카키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귀여운 느낌의 여자 한명이 들어왔다.
그분은 나와의 랠리에 엄청 진지하게 임했고 우리둘은 부족한 실력이었지만 마치 서로의 기분을 이해한다는듯이 공 하나하나에 진심을 실었다.
테니스는 개인 스포츠이고 서로 20m도 넘게 떨어져 있지만 그 어떤 스포츠보다 상대방의 행동과 심리를 읽어야한다.
특히나 테린이라 불리는 초보자때는 실력이 부족해 상대방의 눈치를 더 살피게 된다.
그래서인지 못친다고 재미없어하고 대충치는 사람보다 한번한번을 소중하고 신중하게 치는 아내에게 고마움을 넘어서 호감까지 느껴졌다.
물론 이 부분은 멀리서 봐도 호감가는 외모를 가진 덕분도 크다.
랠리를 하며 공을 주고 받는 순간 마치 내 마음이 코트를 타고 포물선을 그리며 전달되고 다시 상대방의 마음을 받아 돌아오는 느낌이었다.
랠리가 끝나고 같이 쉬어야하는 순간이 찾아와 몇번을 망설인 끝에 내가 먼저 말을 걸었다. 정확한 대화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 테니스에 관한 이야기를 했었던거 같다.
사람이 절대 숨길 수 없는 두가지가 재채기와 사랑하는 사람을 보는 눈빛이라는 말이 있는데, 지금와서보면 나는 그 당시에 상당한 호감을 느꼈던거 같다. 마스크를 끼고 운동하는 모습이 오히려 궁금증을 일으켰고 더 알아가고 싶다는 마음도 함께였다.
내성적인 사람이 으레 그러듯이 우리는 끊어지고 딱딱한 대화를 이어갔고 다른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 내가 먼저 나이를 물었다.
"혹시 나이는 어떻게 되세요??" 초면에 실례일수도 있지만 긴거리를 걸어가기 위해 가장 무난하다고 생각했고
내심 또래겠지라는 기대감도 한스푼 얹어보았다. "저 86년생이이요" 나이를 듣고 적지 않게 당황한 나는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랐다. 내가 보는 이미지에서 생각했던 나이보다 많기도 했고, 애초에 내 인간관계에서 흔치않은 나이라 낯설기도 했기 때문이다. 순간 무슨말이라도 해야한다고 느끼면서 아무말도 할 수 없었던 나에게 여자친구가 "저 잘못한거 아니죠??"라고 위트있게 분위기를 풀어주었던 기억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그렇게 주말마다 테니스를 하며 속절없는 삼주정도의 시간이 흐르고, 드디어 우리둘을 맺어준 첫번째 용기가 나에게 찾아왔다.
여자친구가 먼저 내 번호를 물어본 것이다. 물론 나한테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닌, 뒷풀이때 같은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과 따로 시간을 내서 테니스를 치기 위함이였다. 그리고 그 주 평일에 따로 테니스를 쳤고 사적으로 테니스를 치다보니 자연스레 소수로 식사자리를 가지게 되어 무려 한달만에 말도 놓고 단체채팅방에서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눌정도의 사이까지 발전했다.
그리고 우리 사이의 결정적인 두번째 용기가 찾아왔다. 둘다 약속이 없는 금요일에 함께 식사자리를 가지기로 한것이다. 그때까지도 서로의 마음을 몰라 조심스러웠던 우리는 친분이 있는 다른 멤버까지 구해 다섯명이서 시간을 보냈다. 그날이 처음으로 테니스복장이 아닌 서로의 사복을 본 날이였다. 고맙게도 아내는 그때 내가 입은 옷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고 세련되고 귀여웠다는 인상만 기억에 남은 나는 우물쭈물 하다가 약간 혼이 났다. 사복입은 모습을 본 순간 마음은 누를수 없을정도로 커져버렸고 나도 모르는새 몸의 방향과 눈빛은 여자친구쪽만 향해 있었다. 정확한 기억은 나지 않지만 처음으로 테니스 이야기가 아닌 과거 사진을 보면서 서로 낄낄댔었고 좋아하는 이상형 이야기를 하면서 그 미묘한 감정의 끈을 이어갔던것 같다. 어느덧 지하철도 끊긴 자정이 넘어간 시간, 이미 술과 분위기에 취해버려 내가 어떤 말이나 행동을 하는지도 몰랐는데. 제일 먼저 택시를 잡아 떠나는 여자친구에게 한껏 아쉬운 눈빛과 표정을 보였다고 한다. 경기도에 사는 나는 택시비가 아까워 버스를 타고 '상대방의 마음은 어떨까' 고민하며 서울의 야경을 영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혼자 고민하며 버스밖을 바라보던 내 핸드폰에 진동과 함께 메시지가 도착한다. 애매한 우리 관계를 정리할 마지막 용기가 도착한것이다.
"택시 잡았어?" 간단 명료한 메시지였지만 그 안에는 많은 의미가 함축되어 있음을 느꼈다. " 나 이제 서울 사람들이랑 술 안먹을거야,," 경기도는 택시비가 많이 나온다는 핑계로 앞으로 같이 술 안먹는다는 투정을 부렸고
"다들 집가려는거 같길래,,", "우리집 근처로 올래??" 라는 문자에 "알았어" "나 갈래 ㅋㅋ"라고 답장하고 버스에서 내려 택시를 타고 갔다.
드디어 단 둘이 처음 보게 되었고, 그렇게 시작된 만남은 서로의 배려와 사랑으로 결혼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여타커플이 그러하듯 말다툼도 했고 웃기도 울기도 했지만 비슷한 성향을 가져서 인지 언제 어디서든 두 손 꼭 잡고 다닌다. 인기스포츠가 되어버려 코트 구하겠다고 알람을 맞추고 한명이라도 성공하면 같이 테니스를 칠 생각에 매일을 들뜨게 보내고 있다. 가장 추운 겨울에 만나 다시 돌아오는 겨울에 가족이 되어 부족한 모습을 보이는 나를 성숙한 모습으로 품어주고, 귀여운 테니스 짝꿍에서 사랑스런 인생의 짝꿍이 된 아내에게 무한한 감사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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