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와의 탁구태교

며느리와의 탁구태교

아들 내외에게 그토록 기다리던 아이가 들어섰다. 덕분에 집안에 다시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몇 년 전 허망하게 뱃속 아이를 잃은 며느리에게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고 다시금 봄을 잉태했다.
이제는 안정기에 접어든 만큼 태교를 위해 탁구를 치자고 제안했다. 아들 내외 모두 흔쾌히 찬성했다. 가벼운 생활체육 활동을 하고 나면 뱃속의 손주는 물론이고 며늘아기의 정서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아닌 게 아니라, 요즘 며늘아기는 태교에 부쩍 관심이 많다. 항상 몸에 좋은 음식을 챙겨먹는 것은 기본이고, 좋은 글귀를 읽고 긍정적인 생각만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과거 수척했던 모습이 믿기지 않을 만큼 며느리의 얼굴에 풋풋한 생기가 감돈다.
며느리와 탁구장을 찾아 함께 탁구를 치자니 겨울 날씨가 무색하게 이마에 송글송글 땀이 맺혔다. 며느리나 나나 굳을 대로 굳은 몸이 마음과 각기 따로 논다. 손목에 약간만 힘을 주어도 공은 다른 곳으로 튀어 나가 버린다. 조금만 힘을 줄이면 네트를 넘어가지 못하고 맥없이 튕겨 되돌아오고 만다. 우리 둘 다 매번 공이 네트에 걸리니 탁구공을 상대편 테이블로 넘기는 일조차 쉽지 않았다.
‘처음 배우는 데 마음대로 안되는 게 당연하지’ 싶으면서도 공 주우러 다니기 바쁘니 괜스레 나이를 타박하게 된다. 일주일, 한 달이 지나고 회를 거듭하면서 탁구교실을 찾아가는 일은 점점 일상이 되어갔다. 탁구를 쉰 날보다 탁구를 치고 온 날이 컨디션이 훨씬 더 좋았다. 공을 주우러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발걸음도 조금씩 더 가벼워진다. 무엇보다 그 사이 며느리가 건강한 손자를 출산할 수 있어서 더욱 뿌듯하고 보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