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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백일장] 농구를 사랑한건지 그 놈을 사랑한건지
이벤트/백일장
작성자
농구여신
작성일
2024-02-29 19:17
조회
186
농구를 한지는 5년이 됐다. 농구라는 스포츠가 진입장벽이 높다고만 생각해 한 번도 해볼 생각을 못했다. 그저 중, 고등학교 시절 남자애들이 밥 먹고 농구하고 축구하는 걸 지나가면서 보기만 했을 뿐. 수행평가로 농구공을 억지로 만져봤던 내가 농구를 5년이나 꾸준히 하게 될 줄은 몰랐다.
내가 농구를 시작하게 된 건 아는 언니가 소속된 농구 동호회에서 '홈커밍데이'와 같이 여러 명을 초대해 함께 즐기는 이벤트를 한다고 해서다. 그 때 따라갔다가 큰 키 덕분에 생각보다 농구가 재밌는 스포츠구나(아니 사실은 키가 크니까 작은 사람들을 다 바를 수 있겠구나가 더 컸다)를 깨닫고 갑자기 매주 토요일마다 농구를 나가게 됐다. 사실 나에게 농구는 딱 주 1회까지였다. 그 이상으로 재밌진 않았다. 팀 운동이다 보니 아무래도 다 같이 경기를 이겼을 때의 성취감은 다른 운동들에 비해 남다르긴 헀다. 그 맛에, 그리고 적어도 운동 부족이 되진 말아야겠다 정도의 생각이었다.
그러던 어느 봄 날,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연습을 안 하니 매번 똑같다는 생각에 혼자 연습이라도 해야겠다고 농구공을 들고 야외농구코트에 갔다. 지금에서야 농구나 풋살 관련 프로그램이 미디어를 타서 여자들도 그런 스포츠를 즐기지 당시 내가 처음 시작했을 때는 코로나19도 터지기 이전이라 야외농구코트에 여자를 찾아보기란 사막에서 바늘 찾기였다. 역시나 코트에 여자는 나뿐이었고, 총 4개의 골대가 있었지만 모두 경기를 하고 있어 나는 농구공을 든 채 골대만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코트의 맨 구석 빈 자리에서 공을 몇 번 튀겨보고 드리블 연습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게다가 워낙 초보였기 때문에 남들 하는 경기를 봐도 뭐가 뭔지도 잘 몰라서 구경하는 것도 재미가 없었다.
'나도 저 골대 쓰고 싶은데..' 이런 생각으로 하염없이 골대만 쳐다본지 한 1시간 정도 지난 것 같다. 가벼운 봄 운동복을 입은 남자가 경기를 끝내고 나를 힐끗 쳐다보는 게 느껴졌다. 여자 혼자 있으니 불쌍하다는 생각이라도 들었던 건가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가 와서 말을 걸었다.
"농구하러 왔어요?"
"아, 네. 그런데 계속 경기만 하고 그래서 낄 수도 없고.."
그는 나를 한 번 더 보고는 자기 일행들한테 가서 뭔가를 열심히 말하더니 나한테 돌아왔다. 보통 야외농구에서 경기를 하면 한 골대에 8명씩, 그러니까 반코트로 4:4를 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그도 4명이서 팀을 맞춰서 온 듯했다.
"같이 할래요? 껴줄게요."
"어... 딱 4명인 거 아니에요?"
"여기 코트가 밀어내기라 저희 계속 이겨서 4명이서 한 7판은 한 것 같아요. 저희도 돌아가면서 해야죠."
"아... 그럼 저 초보라 저 끼면 바로 질텐데.."
"지면 어때요, 그냥 하는 거지. 원래 이런 야외코트는 보통 밀어내기라 여자 껴서 하면 지니까 잘 안 껴줘요."
따라오라는 듯한 제스처로 일행한테 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쭈뼛쭈뼛 따라가게 됐다. 할 줄 아는 게 없는데 그와 일행들은 나를 껴줬다. 그리고 나를 낀 채로도 계속 경기를 이겼다. 그게 더 놀라웠다. 그렇다고 나한테 패스를 안 준 것도 아니었다. 나는 초보라 농구를 볼 줄 모르지만, 이렇게 계속 이기는 걸 보면 이들은 잘하는 게 분명했다. 결국 나를 끼고도 3~4판을 더 이기고는, 해산하게 됐다. 나는 고마우면서도 멋쩍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냥 그들이 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러자 나에게 먼저 말 건 그가 뒤를 돌아봤다. 나는 가볍게 손을 흔들어줬고, 그도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게 나와 그의 첫 만남이었다. 집 가는 길에는 향긋한 봄 내음과 함께 바로 옆에선 도림천의 물 흐르는 소리가 잔잔히 들려왔다.
나를 끼고도 경기를 이겼어서 그런지, 그 이기는 맛을 한 번 봐버려서 그런지, 나는 집에 가서도 계속 그 장면들이 생각이 났다. 당시엔 그게 뭔지 몰랐지만, 스크린을 서로 걸어주던 모습, 3점 슛을 던지던 모습, 골 밑에서 포스트업 치는 모습, 내가 직접 이렇게 가까이서 이런 모습을 제대로 집중해서 본 적은 처음이었다. 그 쾌감 때문인지 나도 더 잘하고 싶어졌다. 그런 마음에 연습을 하러 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농구공을 주 1회보다 많이 만지지 않던 내가 자발적으로 농구코트에 가고 싶어진 것이다. 그리고 코트에 가니 역시나 어제의 그 일행들이 농구를 하고 있었다. 한 번도 제대로 남의 경기를 구경해 본 적 없었는데, 이번에는 눈을 뗄 수 없었다. 한 게임이 끝나고 나서 그가 내가 눈에 들어왔는지 나한테 다가왔다.
"어, 오늘도 농구하러 왔어요? 열정이 대단하네."
"아... 어제 되게 재밌게 해서 연습하러 왔는데 오늘도 골대가 다 풀방이네요."
"오늘도 같이 할래요 그럼?"
이 일행 사이에서 그가 대장인 듯했다. 그가 일행들한테 오늘도 껴서하자고 의사를 묻자 찬성하는 분위기였다. 이 일행이 너무 잘하는 게 소문이 났는지 이 골대에는 아무도 게임을 걸지 않아 어쩌다 보니 연습을 할 수 있게 됐다. 슛연습을 하고 있으니 내 공을 잡아주러 그가 왔다. 아무 말 없이 내가 슛을 넣든 못 넣든 멀리가든 가까이든 계속 잡아줬다. 그러다 힘들어서 잠깐 쉬기 위해 구석으로 빠졌다. 그가 아닌 다른 일행이 와서 말을 걸었다.
"쟤 잘하죠? 농구판에서 비선출 중에 저 정도로 잘하는 애 저는 처음 봤어요."
나는 사실 그가 잘하는지 못하는지도 제대로 모른다. 보는 눈이 전혀 없는 말 그대로 초보이니까. 그래서 답을 하지 못하니 한 마디를 덧붙였다.
"뭐 농구실력도 실력인데 잘생기기까지 했으니깐."
그렇다. 사실 나도 무의식이지만 알고 있었다. 저 사람 잘생겼다. 내가 키가 커서 나랑은 별 차이가 없어서 그렇지 농구하는 사람이라 키도 큰 편이고, 인기가 많게 생기긴 했다. 그제야 뭔가 내가 농구가 아니라 저 사람 때문에 또 왔나?라는 생각도 얼핏 들었다. 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렸다. 그냥 농구하러 온거다 난. 다행히 사람이 많아지면서 우리 골대도 쉬지 않고 연속으로 경기를 하게 됐다. 오늘도 여전히 연승이다. 밤 10시쯤 되니 이제 슬슬 또 해산 분위기다. 나도 짐을 싸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가 다가왔다. 일행은 이미 전부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농구하면 손가락 많이 다쳐요. 이리 와 봐요. 패스 받을 때는 이렇게 받는 게 좋고, 패스 할 때 도 이렇게 해요."
이틀 동안 한 번도 이래라 저래라 하지도 않고, 할 말만 하던 그가 갑자기 와서 패스와 이런 저런 것들을 알려줬다. 사실 그 홈커밍데이를 기점으로 매주 1회 농구를 하긴 했지만 그 동호회에서는 농구를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다. 단지 룰만 알려주고 거의 혼자 생존하는 느낌이었다. 유튜브를 찾아봤지만, 아무래도 쌍방이 아닌 일방이라 한계가 있었다. 이렇게 누가 직접 설명을 해주면서 가르쳐주는 건 처음이었다. 한 30분 가량을 열심히 가르쳐주더니 이제 슬 가야겠다고 인사를 했다. 나도 이번에는 고맙다고 말을 했다. 그러자 그가 고마우면 다음에 밥을 사라며 연락처를 달라더라.
뭐 뒷일은 말 안 해도 다들 짐작을 할 거다. 우리는 그렇게 연애를 시작했고, 농구커플로 유명했다. 우린 사실 따로 데이트랄 게 없었고, 거의 매일 농구만 했기 때문에 내 농구 보는 눈도 날이 갈수록 늘었다. 물론 실력도... 연습을 많이 안 해서 그만큼 팍팍 늘진 않았지만... 늘긴 늘었다. 그러고 보니 정말 그가 잘한다는 게 느껴졌다. 그랑 농구를 하면 재밌고, 나 같은 초보를 껴서 해도 늘 이겼다. 농구라는 게 이렇게 재밌는 스포츠라는 것도 이 때 깨달았다. 각 포지션의 역할이 있고, 함께 합을 맞춰서 경기를 이겼을 때의 그 짜릿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우리는 연애를 하면서 서울 각자의 야외농구코트를 다니면서 도장깨기를 하고 다니기도 했다. 남들은 너네는 연인이 아니라 스포츠메이트 아니냐고들 할 정도였지만, 우리는 늘 행복했고 만족스러웠다. 그렇게 3년을 365일 빠짐없이 매일 그와 농구를 했다. 지금 생각하니 진짜 남은 게 농구밖에 없어 아쉽다는 생각도 든다. 원래 성격 자체가 이것저것 다양한 걸 하는 걸 좋아하고, 여행도 좋아하는 앤데 정말 농구만 했다.
물론 지금은 헤어졌다. 지금에서 생각하면 진짜 뭐에 그렇게 홀렸나 싶을 정도로 그 당시 만큼은 내가 내가 아니었던 것 같다. 물론 성격 자체가 원래 뭐 하나에 빠지면 하나만 하는 스타일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일도 제대로 안 하고, 친구들과 만나는 것도 포기하고, 그렇게 좋아하는 여행도 안 가면서 농구에 빠졌었다는 게 지금으로써는 이해가 잘 안 간다. 남들이 농구에 미쳤다고 할 정도로 3년 동안 내 머릿 속엔 농구밖에 없었다. 그렇게 물건 욕심도 별로 없는 내가, 농구 용품들을 하나씩 사 모으기도 했다. 정말 미련했다. 나는 대체 농구를 사랑했던 걸까, 그를 사랑했던 걸까. 아님 둘 다였을까.
내가 농구를 시작하게 된 건 아는 언니가 소속된 농구 동호회에서 '홈커밍데이'와 같이 여러 명을 초대해 함께 즐기는 이벤트를 한다고 해서다. 그 때 따라갔다가 큰 키 덕분에 생각보다 농구가 재밌는 스포츠구나(아니 사실은 키가 크니까 작은 사람들을 다 바를 수 있겠구나가 더 컸다)를 깨닫고 갑자기 매주 토요일마다 농구를 나가게 됐다. 사실 나에게 농구는 딱 주 1회까지였다. 그 이상으로 재밌진 않았다. 팀 운동이다 보니 아무래도 다 같이 경기를 이겼을 때의 성취감은 다른 운동들에 비해 남다르긴 헀다. 그 맛에, 그리고 적어도 운동 부족이 되진 말아야겠다 정도의 생각이었다.
그러던 어느 봄 날,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연습을 안 하니 매번 똑같다는 생각에 혼자 연습이라도 해야겠다고 농구공을 들고 야외농구코트에 갔다. 지금에서야 농구나 풋살 관련 프로그램이 미디어를 타서 여자들도 그런 스포츠를 즐기지 당시 내가 처음 시작했을 때는 코로나19도 터지기 이전이라 야외농구코트에 여자를 찾아보기란 사막에서 바늘 찾기였다. 역시나 코트에 여자는 나뿐이었고, 총 4개의 골대가 있었지만 모두 경기를 하고 있어 나는 농구공을 든 채 골대만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코트의 맨 구석 빈 자리에서 공을 몇 번 튀겨보고 드리블 연습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게다가 워낙 초보였기 때문에 남들 하는 경기를 봐도 뭐가 뭔지도 잘 몰라서 구경하는 것도 재미가 없었다.
'나도 저 골대 쓰고 싶은데..' 이런 생각으로 하염없이 골대만 쳐다본지 한 1시간 정도 지난 것 같다. 가벼운 봄 운동복을 입은 남자가 경기를 끝내고 나를 힐끗 쳐다보는 게 느껴졌다. 여자 혼자 있으니 불쌍하다는 생각이라도 들었던 건가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가 와서 말을 걸었다.
"농구하러 왔어요?"
"아, 네. 그런데 계속 경기만 하고 그래서 낄 수도 없고.."
그는 나를 한 번 더 보고는 자기 일행들한테 가서 뭔가를 열심히 말하더니 나한테 돌아왔다. 보통 야외농구에서 경기를 하면 한 골대에 8명씩, 그러니까 반코트로 4:4를 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그도 4명이서 팀을 맞춰서 온 듯했다.
"같이 할래요? 껴줄게요."
"어... 딱 4명인 거 아니에요?"
"여기 코트가 밀어내기라 저희 계속 이겨서 4명이서 한 7판은 한 것 같아요. 저희도 돌아가면서 해야죠."
"아... 그럼 저 초보라 저 끼면 바로 질텐데.."
"지면 어때요, 그냥 하는 거지. 원래 이런 야외코트는 보통 밀어내기라 여자 껴서 하면 지니까 잘 안 껴줘요."
따라오라는 듯한 제스처로 일행한테 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쭈뼛쭈뼛 따라가게 됐다. 할 줄 아는 게 없는데 그와 일행들은 나를 껴줬다. 그리고 나를 낀 채로도 계속 경기를 이겼다. 그게 더 놀라웠다. 그렇다고 나한테 패스를 안 준 것도 아니었다. 나는 초보라 농구를 볼 줄 모르지만, 이렇게 계속 이기는 걸 보면 이들은 잘하는 게 분명했다. 결국 나를 끼고도 3~4판을 더 이기고는, 해산하게 됐다. 나는 고마우면서도 멋쩍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냥 그들이 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러자 나에게 먼저 말 건 그가 뒤를 돌아봤다. 나는 가볍게 손을 흔들어줬고, 그도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게 나와 그의 첫 만남이었다. 집 가는 길에는 향긋한 봄 내음과 함께 바로 옆에선 도림천의 물 흐르는 소리가 잔잔히 들려왔다.
나를 끼고도 경기를 이겼어서 그런지, 그 이기는 맛을 한 번 봐버려서 그런지, 나는 집에 가서도 계속 그 장면들이 생각이 났다. 당시엔 그게 뭔지 몰랐지만, 스크린을 서로 걸어주던 모습, 3점 슛을 던지던 모습, 골 밑에서 포스트업 치는 모습, 내가 직접 이렇게 가까이서 이런 모습을 제대로 집중해서 본 적은 처음이었다. 그 쾌감 때문인지 나도 더 잘하고 싶어졌다. 그런 마음에 연습을 하러 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농구공을 주 1회보다 많이 만지지 않던 내가 자발적으로 농구코트에 가고 싶어진 것이다. 그리고 코트에 가니 역시나 어제의 그 일행들이 농구를 하고 있었다. 한 번도 제대로 남의 경기를 구경해 본 적 없었는데, 이번에는 눈을 뗄 수 없었다. 한 게임이 끝나고 나서 그가 내가 눈에 들어왔는지 나한테 다가왔다.
"어, 오늘도 농구하러 왔어요? 열정이 대단하네."
"아... 어제 되게 재밌게 해서 연습하러 왔는데 오늘도 골대가 다 풀방이네요."
"오늘도 같이 할래요 그럼?"
이 일행 사이에서 그가 대장인 듯했다. 그가 일행들한테 오늘도 껴서하자고 의사를 묻자 찬성하는 분위기였다. 이 일행이 너무 잘하는 게 소문이 났는지 이 골대에는 아무도 게임을 걸지 않아 어쩌다 보니 연습을 할 수 있게 됐다. 슛연습을 하고 있으니 내 공을 잡아주러 그가 왔다. 아무 말 없이 내가 슛을 넣든 못 넣든 멀리가든 가까이든 계속 잡아줬다. 그러다 힘들어서 잠깐 쉬기 위해 구석으로 빠졌다. 그가 아닌 다른 일행이 와서 말을 걸었다.
"쟤 잘하죠? 농구판에서 비선출 중에 저 정도로 잘하는 애 저는 처음 봤어요."
나는 사실 그가 잘하는지 못하는지도 제대로 모른다. 보는 눈이 전혀 없는 말 그대로 초보이니까. 그래서 답을 하지 못하니 한 마디를 덧붙였다.
"뭐 농구실력도 실력인데 잘생기기까지 했으니깐."
그렇다. 사실 나도 무의식이지만 알고 있었다. 저 사람 잘생겼다. 내가 키가 커서 나랑은 별 차이가 없어서 그렇지 농구하는 사람이라 키도 큰 편이고, 인기가 많게 생기긴 했다. 그제야 뭔가 내가 농구가 아니라 저 사람 때문에 또 왔나?라는 생각도 얼핏 들었다. 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렸다. 그냥 농구하러 온거다 난. 다행히 사람이 많아지면서 우리 골대도 쉬지 않고 연속으로 경기를 하게 됐다. 오늘도 여전히 연승이다. 밤 10시쯤 되니 이제 슬슬 또 해산 분위기다. 나도 짐을 싸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가 다가왔다. 일행은 이미 전부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농구하면 손가락 많이 다쳐요. 이리 와 봐요. 패스 받을 때는 이렇게 받는 게 좋고, 패스 할 때 도 이렇게 해요."
이틀 동안 한 번도 이래라 저래라 하지도 않고, 할 말만 하던 그가 갑자기 와서 패스와 이런 저런 것들을 알려줬다. 사실 그 홈커밍데이를 기점으로 매주 1회 농구를 하긴 했지만 그 동호회에서는 농구를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다. 단지 룰만 알려주고 거의 혼자 생존하는 느낌이었다. 유튜브를 찾아봤지만, 아무래도 쌍방이 아닌 일방이라 한계가 있었다. 이렇게 누가 직접 설명을 해주면서 가르쳐주는 건 처음이었다. 한 30분 가량을 열심히 가르쳐주더니 이제 슬 가야겠다고 인사를 했다. 나도 이번에는 고맙다고 말을 했다. 그러자 그가 고마우면 다음에 밥을 사라며 연락처를 달라더라.
뭐 뒷일은 말 안 해도 다들 짐작을 할 거다. 우리는 그렇게 연애를 시작했고, 농구커플로 유명했다. 우린 사실 따로 데이트랄 게 없었고, 거의 매일 농구만 했기 때문에 내 농구 보는 눈도 날이 갈수록 늘었다. 물론 실력도... 연습을 많이 안 해서 그만큼 팍팍 늘진 않았지만... 늘긴 늘었다. 그러고 보니 정말 그가 잘한다는 게 느껴졌다. 그랑 농구를 하면 재밌고, 나 같은 초보를 껴서 해도 늘 이겼다. 농구라는 게 이렇게 재밌는 스포츠라는 것도 이 때 깨달았다. 각 포지션의 역할이 있고, 함께 합을 맞춰서 경기를 이겼을 때의 그 짜릿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우리는 연애를 하면서 서울 각자의 야외농구코트를 다니면서 도장깨기를 하고 다니기도 했다. 남들은 너네는 연인이 아니라 스포츠메이트 아니냐고들 할 정도였지만, 우리는 늘 행복했고 만족스러웠다. 그렇게 3년을 365일 빠짐없이 매일 그와 농구를 했다. 지금 생각하니 진짜 남은 게 농구밖에 없어 아쉽다는 생각도 든다. 원래 성격 자체가 이것저것 다양한 걸 하는 걸 좋아하고, 여행도 좋아하는 앤데 정말 농구만 했다.
물론 지금은 헤어졌다. 지금에서 생각하면 진짜 뭐에 그렇게 홀렸나 싶을 정도로 그 당시 만큼은 내가 내가 아니었던 것 같다. 물론 성격 자체가 원래 뭐 하나에 빠지면 하나만 하는 스타일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일도 제대로 안 하고, 친구들과 만나는 것도 포기하고, 그렇게 좋아하는 여행도 안 가면서 농구에 빠졌었다는 게 지금으로써는 이해가 잘 안 간다. 남들이 농구에 미쳤다고 할 정도로 3년 동안 내 머릿 속엔 농구밖에 없었다. 그렇게 물건 욕심도 별로 없는 내가, 농구 용품들을 하나씩 사 모으기도 했다. 정말 미련했다. 나는 대체 농구를 사랑했던 걸까, 그를 사랑했던 걸까. 아님 둘 다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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