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관 천장은 우리의 것

2017년 3월 17일을 잊지 못한다. 학교가 끝나고 친구 P와 무턱대고 배구공을 빌리고 1리터 물을 두개 사서 동네 운동장으로 달려갔던 때, 해가 저물도록 처음 해보는 리시브를 서로 주고받다가 봤던 하늘의 낮달을 잊지 못한다.
사건의 발단은 '하이큐'라는 배구 애니메이션이었다. 이 애니메이션을 친해진지 얼마 안 되었던 P에게 내가 소개시켜주었고, 이를 보고 P는 이 애니메이션에 푹 빠지게 되었다.
중학교 2학년 새학기 같은 반이 된 P와 애니메이션 이야기를 했고, 체육수업이 있는 날이었고, 그래서 갑자기 우리는 배구를 시작했다.
나와 P는 점심시간마다 급식을 먹지 않고 매점으로 달려가서 빠르게 빵으로 점심을 때우고 학교 체육관으로 달려갔다.
여자학교 점심시간의 체육관에는 아무도 없다. 체육관은 우리의 세계였다. 매일매일 점심시간은 땀으로 채워졌고 지쳐 누워서 본 체육관 하늘이 22살이 된 지금도 눈에 선하다.
학교 수업시간에도 언제나 머릿속에는 리시브와 토스를 어떻게 하면 더 안정적으로 올릴 수 있을까, 스파이크의 타이밍은 어떻게 해야할까를 주로 생각했다.
중학교 3학년 나는 배구부를 만들었지만 인원 부족으로 배구부는 만들어지지 못했고 나는 새학기 눈이 오는 날에 펑펑 울었다.
그리고 고등학교 1학년이 된 해에 들어간 배드민턴 동아리의 언니들을 꼬셔서 드디어 옆 학교와 연습 시합을 하게 되었다.
나는 리시브를 잘했고 P는 세터여서, 급조해서 만들어진 팀 치고는 선방으로 시합을 이끌어나갔다. 결국은 졌지만 정확하게 P에게 날라간 내 리시브의 희열감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