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가장 예뻤던 나의 스물 세살, 나에게 야구를 알려주었던 전남친에게.

안녕 나의 ex야

오랜만이야.

우연하게 이 백일장 소식을 접하고 이렇게나마 너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익명 뒤에 숨어서 전하고 싶었어.
너는 이 글을 발견하지도 못하겠지만 그냥 써내려가고 싶어.

있지, 야구의 '야'뿐 아니라, 운동의 ㅇ도 모르던 나였잖아.
그런데 네 덕분에 말로만 듣던 스트라이크가 뭔지, 볼이 뭔지.
야구 직관에서 전광판은 키스타임만 있는줄로 알았는데 전광찬 볼줄도 알게되고.
야구 응원가도 열심히 외우게 되고.
야구장에서 먹는 치킨과 맥주가 이렇게나 맛있는지 처음 알게 되었어.

어, 다 네 덕분이야. 야구가 좋아졌어.
이토록이나 매력있는 스포츠인줄 처음 알게 되었고.
우리가 헤어진 후에도 야구는 나에게 끊어낼 수 없는 존재가 된것 같아.

너가 알려줬던 그 야구.
지금은 남편이랑 즐기고 있어.

네가 없었다면 이런 즐거움을 몰랐을 거야.

그래서 마음 속 깊이 감사해. 너와의 추억, 그리고 네가 나에게 준 취미가 지금의 나의 가정에 큰 행복을 가져다 주었다는 것 말야.
물론 남편에게는 말하지 못했지만, 네가 나에게 준 이 행복, 이 멋진 스포츠에 발을 딛게 한 것에 대해 정말 고마워하고 있다고 전하고 싶었어.

넌 어떻게 지내니? 결혼은 했니?
결혼은 했어도, 하지 않았어도. 여전히 야구를 즐기고 있겠지.

그럴 일은 없겠지만, 호옥시나. 직관에서 너를 멀리서 마주치게 된다면,
멀리서나마 눈인사를 건낼 수 있지 않을까?

잘 지내고, 행복하길 바랄게.

새해 복 많이 받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