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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하게 만드는 원동력

이벤트/백일장
작성자
고등학생
작성일
2024-02-12 02:38
조회
139
체육 시간을 그닥 좋아하는 학생은 아니었다. 여름에는 뜨거운 열기에 가만히 있어도 열이 올랐고 겨울에는 너무 추워서 나가기만 해도 몸이 덜덜 떨렸다. 도대체 왜 체육 시간은 일주일에 4번씩이나 존재했던지, 운동 대신 책상에 가만히 앉아 수업을 듣는 것을 좋아했던 나는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도 체육 시간을 빼먹지는 않았다. 귀찮은 몸을 어기적어기적 밖으로 이끌면 햇살이 쨍쨍한 날에는 기분이 좋아지기도 했다. 수업을 시작한다는 종이 울리면 운동장에 모인 친구들을 보는 재미도 있었다. 운동장에서는 항상 서너 반과 함께하는데 자주 만나지 못했던 다른 반 친구를 볼 수도 아직 초등학생 같은 1학년 후배들이나 운이 좋다면 훤칠한 3학년 선배를 볼 수도 있었다. 드라마나 영화 같은 데서 보면 여자애들이 운동하는 남자애들을 보며 사랑에 빠지곤 하지만 그런 로맨틱한 분위기를 연출하기에 우리 학교 운동장은 너무나 시끄러웠다. 소리를 질러야지만 대화를 할 수 있었던 체육 시간. 특히나 반별 대항전을 할 때면 그 소리가 더욱 커졌다. 그때만큼은 말 안 듣던 우리 반도 하나로 뭉쳐 승부욕이 불타는데 그 열기가 어찌나 대단하던지 여름에는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모두가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질러대고 쉴 새 없이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며 한 발짝 물러 서 있을까 싶다가도 어느샌가 나도 그 사이에 껴서 쉴 새 없이 뛰어다니게 된다. 코로만 숨을 쉬기에는 벅차 입을 벌려 헉헉댄다. 내 옆에 있는 모두가 그러고 있기에 묘한 동질감을 느낀기도 한다. 수업을 마친다는 종이 치면 어느새 운동장에는 숨소리의 열기와 흙먼지만이 이리저리 떠돌아다닌다.
교실로 올라와도 열기는 가시지 않는다. 교실을 나갈 때는 항상 에어컨과 선풍기를 끄고 가야했기 때문이다. 여름 햇살 뜨거운 볕을 받아 덩달아 뜨거워진 교실에 들어설 때면 애들은 항상 투덜대곤 했다. 제일 먼저 교실로 들어선 사람이 에어컨을 키지만 마지막 사람이 들어올 때까지 교실은 여전히 후덥지근하다. 그러면 모두 선풍기 앞에 가만히 앉아 방금까지 온화했던 바람을 맞거나 분주하게 물 있는 사람을 찾아다닌다. 이럴 때는 내가 가지고 있는 물을 잘 숨겨야했다. 아니면 점심시간에 내가 마실 물이 없어질지도 모르니까.
다음 교시를 알리는 종이 치고 선생님이 들어오시면 항상 하시는 말씀이 있다. "너희 오늘 체육했니?" 땀냄새가 진동한다며 환기 좀 하라고 하신다. 그렇게 냄새가 나나? 약간 머쓱해지는 순간이다. 창가에 앉은 애들은 분주하게 창문을 열고 다시 자리에 앉지만 수업에 집중을 할 수가 없다. 운동장에서 다른 반이 체육 시간을 보내는 잡음이 들려오기 때문이다. 여러 소리가 뒤섞여 웅웅거리다가 누구 하나 앙칼진 소리를 내면 창가쪽 애들 뿐만아니라 교실 문에 자리한 애들까지 고개를 돌려본다. 그러다 선생님이 무어라 설명하는 소리가 들리면 그제서야 고개를 바로한다. 고개를 돌릴 때 그 눈빛이 약간은 아쉬워보인다.
나는 창가 자리에 앉는 것을 좋아했다. 수업이 가끔 지루해질 때면 학교 맨 꼭대기에 위치한 맨 끝 반에서 운동장을 내려다보았다.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뛰어다니는 모습, 멋지게 활약해서 박수받는 모습, 넘어지는 바람에 흙먼지가 잔뜩 묻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다시 털고 일어나는 모습까지. 분명 힘든 시간인데 왜 웃는 얼굴이 더 많이 보이는지. 내가 운동하는 모습도 이렇게 즐거워 보였을지 의문을 품는다.
한여름, 운동장에서 땀나게 뛰었던 기억은 벌써 아득하다. 그래도 가끔씩 귀에서 들리는 소리가 선명하다. 함성소리인지, 고함소리인지, 도통 알 수 없는 잡음이지만 마냥 싫지만은 않다. 이따금 이 잡음이 떠오를 때면 후덥지근한 날씨라도, 손이 시려운 날씨라도 밖에 나간다. 왠지 내가 운동하게 만드는 원동력을 가진 것 같다.
전체 1

  • 2024-02-13 11:17

    안녕하세요 고등학생님,
    '드라마나 영화 같은 데서 보면 여자애들이 운동하는 남자애들을 보며 사랑에 빠지곤 하지만 그런 로맨틱한 분위기를 연출하기에 우리 학교 운동장은 너무나 시끄러웠다. 소리를 질러야지만 대화를 할 수 있었던 체육 시간.'
    이 대목을 보는데 왜이렇게 빵터지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웃겨욬ㅋㅋㅋㅋㅋㅋㅋ 저도 가끔 낮에 고등학교 주변을 걸을 때 그 익룡소리를 듣기도 하는데, 시끄럽기도 하지만 그래도 참 예쁜 시절이다. 하면서 웃으며 걷게 되더라구요. 그 모든 순간과 시간을 놓치지 않고 이렇게 기록으로 남겨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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