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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과 스포츠

이벤트/백일장
작성자
love29254
작성일
2024-02-15 11:34
조회
109
나는 원래 스포츠를 즐겨보지는 않았던 한 아이였다. 그나마 보는 건 남들이 다 즐겨보는 축구 정도. 그마저도 흥미를 느끼지는 못했다. 하지만 어느 날, 초등학교 6학년이 되었을 때 아빠의 회사에서 복지 지원 차 야구장을 보내주겠다고 했던 날이 있었다. 이때는 학교를 빠진다는 것 자체가 즐거워서 야구 볼 생각보다는 놀 생각만 하고 있었다. 그날의 경기는 잠실에서 열린 엘지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였다. 그때는 엘지 트윈스가 암흑기를 겪고 있을 때라, 지는게 당연했던 때였다. 하지만 야구를 좋아하지 않았던 아빠는 (하필이면) 엘지 트윈스에 빠지게 되었고, 나도 그렇게 엘지 트윈스와 친해져 있었다.
아빠가 빠지고 나니 엄마도 따라서 좋아하게 되고, 그렇게 우리집은 매 주말마다 잠실로 향했다. 어릴 때 나는 그냥 아무 말 없이 따라다니기만 했던 것 같다. 가서 막대풍선으로 열심히 응원하고, 치킨 먹고, 경기가 끝나고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강가를 걸으며 가족들과 이야기 하고. 이때 나는 느꼈던 것 같다. ‘스포츠가 사람들을 모으는 힘이 있구나.’ 우리 가족이 서먹했던 사이는 아니었지만, 매주 같이 하는 무엇이 생겨 더 끈끈해진 것만 같았다. 집에서도 항상 야구를 같이 챙겨보고, 야구 얘기를 나누고, 유니폼을 사는 이런 행위들이 우리 가족을 더 한 곳으로 모으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야구로 인해 모인 우리 가족은 잠시 흩어지게 되었다. 왜냐하면 내가 수험생이 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고등학생이 되고 나서 코로나19가 터졌기에 야구장을 많이 가지 못했다. 그러면서 나는 야구와 서먹해졌고, 야구의 재미를 잊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수험생이 되었다. 하지만 부모님은 항상 야구를 챙겨보셨고, 나는 거기에서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 같다. 집에서 공부를 하는데 거실에서 야구를 보며 소리지르고, 맨날 야구보러 다니시는 부모님을 보고 ‘수험생인 나를 안 챙기고 왜! 야구만 봐 맨날!’ 이런 말도 안 되는 어리광을 부렸던 것 같다. 그래서 내가 수험생일 때 부모님은 정말 눈치를 보시며 야구를 보셨던 것 같다. 나도 몰랐던 것은 아니지만, 나도 안 미안했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때의 나는 그게 맞다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나는 대학생이 되었다. 누구보다도 부모님이 더 기뻐하셨다. 그리고 부모님은 아마 나에게로부터 해방을 느끼셨을지도 모른다. 얼마나 야구를 제대로 만끽하고 싶으셨을까. 그리고 나도 이제는 그것에 대해 뭐라고 한 마디도 안 했다. 성인이 되고 보니 부모님이 취미를 공유하시면서 이렇게 행복해하시는게 정말 복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런 행복을 잠시 막았던 내가 너무 밉기도 했다. 그렇게 생각하고 지내던 어느 날, 나는 4년만에 야구장에 가게 되었다. 부모님은 나에게 이제 대학생이 되었으니 다시 한 번 가보는게 어떠냐고 물으셨고 나는 흔쾌히 가겠다했다. 2023년 5월 9일 그날의 경기는 정말 재밌었다. 박동원의 역전투런과 신민재의 끝내기 안타가 있었다. 우리 가족은 정말 행복해했고 같이 응원가를 부르며 집을 갔다.
내가 잊고 있었던 행복이었다. 우리 가족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런 행복을 나누고 있었다. 하지만 여러 상황들로 인해 내가 이 행복을 무시하고, 필요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나 이 행복은 일상에서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다는 걸 이제서야 깨달았던 것 같다. 무엇보다도 부모님이 행복해하시는 걸 보는 게 스포츠가 주는 가장 큰 힘 같았다. 그 뒤로 우리 가족은 예전만큼은 아니더라도 야구장을 같이 갔었고, 엘지 트윈스가 29년만에 우승을 노리는 시즌을 우리 가족이 뭉쳐 보게 된 것이다. 결국 엘지 트윈스는 우승을 하였고, 부모님이 우시는 모습을 보고 나도 따라 울었던 것 같다. 스포츠는 정말 뭘까. 그 많은 사람들이 하나의 마음으로 뭉쳐 응원한다. 어디에서 살았는지, 무엇을 하는지, 나이도 모르는 사람들과 어깨동무를 하게 만든다. 나와 아무런 상관도 없는 사람들이 행복해하길 바라며, 누구보다 잘 되길 바란다. 그리고 내가 해야 할 효도를 대신 해준다. 그리고 날 행복하게 해준다. 스포츠는 그렇다. 그런 것이었다.
전체 1

  • 2024-02-15 11:42

    "스포츠는 그렇다. 그런 것이었다." 라는 마지막 문구가 정말 마음을 울립니다. 가족을 행복하게 묶어주는 스포츠의 힘을 알았으니, 앞으로 힘든 나날을 만날 때 꼭 이 기억으로 다시 걸어나갈 힘을 얻으시길 바랄게요. 행복한 이야기 나눠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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