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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하는 청춘들에게

이벤트/백일장
작성자
harry-1020
작성일
2024-02-18 18:19
조회
87
안녕하세요? 한때 스포츠중 한 종목에 살고 죽던 소위말해 미쳐있었던 현직 여고생입니다. 누군가 제게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가장 뜨거웠던 순간을 고르라하면 저는 단 1초의 고민도 하지 않고 제 중학교 생활이라 할텐데요. 지금껏 누구한테도 말하지 않았던 그때의, 그날의, 그 순간을 글로 써보자니 살짝 떨리기도 부끄럽기도 하네요. 저의 3년을 차지했던 종목은 바로 배드민턴입니다. 사실 중학교때 배드민턴을 처음 접하고 운명을 깨닫고 3년간 홀딱 빠져있었다는 드라마틱한 이야기는 아닌데요. 저는 초등학교때 방과후로 2년간 배드민턴을 쳤었던 상황이었습니다. 다만 신기하게도 그때는 배드민턴에 큰 흥미를 가지지 못했습니다. 부모님이 시켜서 시작한 방과후이기도 했고 그때 저에겐 배드민턴이 순수한 종목이 아닌 그저 그런 운동으로 다가왔습니다. 중학교에 입학하고 일주일 후, 누군가는 별거 아니라고 비웃을 수 도 있지만 저에게는 3년을 달라지게 한 일이 있었습니다. 2021년 3월 초, 풋풋한 햇병아리 같던 저와 제 친구는 체육시간 전 쉬는시간에 흐트러져있는 라켓들과 셔틀콕을 이용해 심심풀이로 배드민턴을 쳤습니다. 당시 어떻게 쳤는지 기억이 잘 나진 않습니다. 정말 심심풀이로 라켓을 집은 것이기에 통통거리며 왔다갔다하던 셔틀콕만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때 누군가 다가왔습니다. 배드민턴을 담당하시는 체육선생님이셨습니다. 선생님은 저와 제 친구와 몇번의 랠리를 주고받으시더니 잘 친다 하시며 수업이 끝난 후 남으라 하셨습니다. 처음 들었던 감정은 두려움이었습니다. 그것도 그럴것이 갓 입학한 새내기였던 저에게는 끝나고 남으란 말이 그리 좋게 들리진 않았기 때문이죠. 그리고 그와 동시에 새로운 감정도 들었습니다. 초등학교때 단 한번도 잘한다는 말을 들은적 없던 저는 그 분이 주신 인정이 너무나도 달콤하게 들렸습니다. 그 인정은 당연하게도 제 발을 수업 후 체육관으로 향하게 이끌었죠. 그곳에선 선생님과 몇명의 선배들이 있었습니다. 그날 저와 제 친구가 뻘쭘하게 옆에 서있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선생님은 제와 제 친구에게 배드민턴을 치라 하셨고 몇번씩 저희에게 와서 코칭을 해주셨습니다. 2시간 후 네트를 정리하시면서 앞으로 매일 남아서 치고 싶은 만큼 치라 하셨죠. 땀흘리며 나온 체육관 앞에 펼쳐진 붉은색 해가 지는 광경은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그렇게 감흥없던 배드민턴이 그날 이후 얼마나 재미있던지요! 저와 제 친구는 매일 남아서 배드민턴을 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저희 학교는 리듬체조부와 배드민턴부를 지원하고 있어서 체육관을 반반 나눠썼습니다. 리듬체조부는 연습할때마다 오마이걸의 DUN DUN DANCE를 틀어놨었는데 저희도 당달아 귀에 피가 나도록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도 그 노래가 들리면 저도 모르게 그때가 생각나 웃음이 나더군요.학교에 적응하랴 배드민턴 치랴 공부하랴 그렇게 제 중학교에서의 1년은 헐레벌떡 지나갔습니다.
중학교 2학년의 아침이 밝으며 저의 사춘기도 시작됐습니다. 정말 질풍노도의 시기였죠. 코로나도 완화되어 학교에 있는 시간이 많아짐에 따라 제가 배드민턴에 빠져있던 시간도 늘어만 갔습니다. 스매시를 때리며 땀을 흘릴때면 저에게 닥친 현실의 감각을 잊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점점 사이가 않좋아지는 가족들이나 코 앞에 닥친 내신이라든지 말입니다. 배드민턴 동아리에 들어가고 새로운 후배들이 배드민턴부에 들어오면서 정말 내가 2학년이라는 것이 실감나기도 했죠. 2022년 5월달 중순, 배드민턴 대회가 개최되었습니다. 오랜시간 우리를 괴롭히던 코로나 이후 첫 대회였습니다. 배드민턴이 전교생에게 뜨거운 관심을 받게됨에따라 실력있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저희 동아리는 대회를 준비하게 됐습니다. 제가 대회팀에 합류하며 가슴떨리는 순간들이 이어졌습니다. 청춘드라마에서나 나올듯한 부원들 사이의 유대감, 짜릿한 배드민턴게임, 연습 끝나고 다같이 먹던 선생님표 라면은 얼마나 맛있던지요. 하지만 어쩌면 이 순간들에 가려져 제가 현실을 보지 못했던 것일 수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제 학교생활은 다른 아이들과 달랐습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의 8할은 배드민턴이었기 때문이죠. 1년전, 저와 함께 배드민턴을 치던 학생은 공부에 집중하며 저와 멀어진지 오래였습니다. 점점 친구들과, 좋은 내신성적과 멀어지면서 모든걸 지켜보고 계셨던 부모님의 걱정도 커져만 갔습니다.
배드민턴과 함께한 하루가 쌓이고 쌓여 우려하던 일은 터지고 말았습니다. 2022년 중순, 부모님과 크게 싸우고 제 마음은 크게 한 풀 꺾이고 말았죠. 저도 제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한다는 것을 인지했습니다. 고민할 시간도 없이 다 다음날이었던 대회날이 다가왔습니다. 깨져버린 멘탈때문인지 순수한 실력이었는지 알 수 없었지만 저희 팀은 그날 지고 말았습니다. 토너먼트에서 탈락하고 난 뒤 몇달간의 피나는 연습이 물거품이 되는 것 만 같았죠. 아마 그때가 처음으로 벽을 느꼈던 순간이었습니다. 내가 좋아하고 잘하던 것에 배반당했다고 느낀 기분은 생각보다 비참했죠. 어렸던 저에게 큰 고민을 안겨준 1년이었습니다.
중학교에서의 마지막 해가 밝았습니다. 하지만 마지막이라고 느꼇던 순간들이 무색할 만큼 중학교 3학년은 순식간에 지나갔습니다. 저는 한동안 부모님의 말씀대로 학업에 집중하며 여느 다른 아이들처럼 학원에 다니고 배우며 몇달을 보냈습니다. 2023년 6월 이 학교에서 반년만을 남긴 날, 저는 정말 오랜만에 체육관에 발을 들였습니다. 숨을 깊게 들이 마시며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았죠. 여느때와 다름없이 배드민턴부 아이들은 배드민턴을 치고 있었습니다. 보는 저도 숨이 막힐 만큼 열정적인 모습이었죠. 선생님이 제게 손짓하며 라켓을 쥐어주셨습니다. 거의 1년만에 친 배드민턴은 변함없이 힘들었고 숨찼으며 즐거웠습니다. 선생님은 저에게 구지 대회에 나가지 않더라도 언제든지 제가 원하면 배드민턴을 치면 좋겠다고 하셨죠. 그 때 저는 제가 가장 중요한걸 놓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 후 남은 6개월동안 저는 제가 가지고 있는 언젠가 잃을지도 모르는 것들을 누리기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소중한 친구들과 많은 추억을 쌓고 2년전, 순수하게 즐거웠던 때처럼 배드민턴도 쳤죠. 물론 공부도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파란만장했던 저만의 배드민턴과 함께했던 제 중학교 생활은 막을 내렸습니다.
저는 지금 제가 원하는 고등학교에 진학해 여전히 모든것에 최선을 다하며 살고 있습니다. 만약에 누군가 저를 3년전으로 되돌아갈 수 있게 해준다고 제안하면 어떨까요? 정말 흥미로운 제안이지만 저는 거절할 것 같습니다. 제가 중학교 생활에서 잃거나 놓친게 아주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보다도 얻고 받은 것이 훨씬 많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살면서 마음이 변질되고 힘든 선택이나 상황에 마주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받아들이고 오래전 잊어버렸던 소중한 것을 떠올리며 극복할 수 있다고도 생각합니다. 아마 저는 중학교때의 기억으로 평생을 살아갈 것입니다. 지금까지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전체 1

  • 2024-02-23 16:42

    너무 꼰대같은 발언이겠지만, 지나고나면 무엇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더라구요. 이렇게 기록으로 남긴 추억이 꼭 하나의 든든한 재산이 되어줄거라고 믿어요:) 예쁜 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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