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馬 마(말)의 시간(이벤트/공모전)

이벤트/백일장
작성자
in7893
작성일
2024-02-19 10:26
조회
112
초등학교 5~6학년 쯤 되었을 때 나는 승마를 배우게 되었다. 매주 일요일마다 염주 체육관에 있는 승마장으로 가서 승마를 했었다. 어머니께서 처음 6분 차이 나는 쌍둥이 동생과 내게 전부터 신청해 놓았던 승마가 딱 두 자리 남았는데 승마를 한 번 해보고 싶냐고 물어보셨다. 나와 쌍둥이 동생은 평소에도 동물을 좋아하는 편이라 흔쾌하게 찬성을 했다. 그렇게 시작되었다. 말과 함께한 (말)마의 시간이..
승마를 하려면 많은 장비가 필요했고, 승마를 하려면 생각보다 큰 자금이 필요했다. 나는 지금도 우리에게 좋은 추억을 심어주려고 노력해주신 어머니에게 정말 감사하다. 염주 체육관 승마장에 조끼와 헬멧은 있었기 때문에(물론 승마를 하는 도중에 조끼와 헬멧은 각각 1개씩 구비하긴 했었다.) 우리는 장갑, 되게 높은 굽이 있는 가죽 부츠 등 의 장비를 구입하면 되었었다.
드디어 승마를 배우는 첫 날, 나와 쌍둥이 동생은 설레는 감정을 가지고 체육관으로 갔다. 첫날, 모든 것이 새로운 나에게 승마 용 장비를 모두 착용하는 것은 정말 고역이였다. 헬멧은 꽉 끼이고 눈앞이 살짝 가려질 때도 있어 시야가 거의 안 보이지, 조끼는 무게감이 어느정도 있어서 자꾸만 의식이 되고 숨을 크게 쉴 때 불편하지, 장갑은 원래 손보다 감각이 별로 느껴지지 않고 세밀한 어떤 물체를 내 마음대로 다룰 수 없고 투박한 손 모양 밖에 되지, 정말 생소한 이 상황이 불편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모든 고난과 역경은 시작이었다. 승마장으로 들어가니까 내 눈앞에는 각각 다른 음역대로 투레질을 하며 거친 숨을 몰아쉬는 말들이 보였다. 나는 말이 나를 차 버릴까 라는 상상보다는 말에 대한 호기심이 일었기 때문에 먼저 말들과 어느 정도 거리를 좁혀가며 관찰했다. 가까이서 보니 안 그래도 커다랗게 보이던 말들은 실로 거대했었다. 약 160cm였던 내 키와 비슷하다랄까. 지금 생각해보니 말이 내 키보다 컸었던 것 같았다. 그 뿐만이 아니라 말들의 눈은 하나같이 정말 순수, 그 자체였다. 거대한 몸집만큼이나 컸던 눈은 너무 반짝거리고 반사가 잘 되어서 인지 말들의 눈에서 나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귀는 얼마나 깜찍했었는지. 내가 그 뒤로 말에게 신호를 보낼 때 사용하라고 코치님들에게 배운 입으로 내는 소리를 할 때마다 말들은 귀를 쫑긋거렸다.
내가 관찰은 해 본 결과, 말들은 정말 신비롭고 착하게 생겼다고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나와 동생이 거의 넋이 나간 듯 말들을 둘러보고 있을 때, 처음 보는 두 남자 분들이 와서 우리에게 인사를 하셨다. 그래서 직감적으로 아, 이 분들이 코치님들 이시구나, 라고 느껴서 우리도 깎듯이 인사를 했다. 그렇게 진짜로 승마를 배울 시간이 오자, 코치님들은 와서 앞으로 탈 말을 골라보라고 하셨다. 그 시간에, 공석이 남는 말들은 딱 두 마리 뿐이었다. 이름은 알파와 유성이었다. 동생이 고심하길래 내가 먼저 나서서 알파를 타 보고 싶다고 말했다. 유성이는 노마인데, 카리스마가 넘치고 알파는 아직 젊은 말인데, 순수하고 귀여웠다. 뭔가 순하게 생긴 것이 나와 잘 맞을 것 같아서 알파를 선택했다. 다행히 쌍둥이 동생도 이 결정에 흔쾌히 동의했고, 그렇게 나는 알파를 만났다.
처음부터, 우리는 각자 자신의 말을 훈련장으로 끌고 갔다. 승마장에는 훈련장과 말들이 생활하는 장소가 달랐기 때문에 직접 데리고 갔어야 했다. 안장을 채우고 이것저것을 하면서 나는 알파를 조심스레 쓰다듬어 주었다. 다행히 알파도 기분이 좋았는지 별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순둥순둥하게 생긴 눈을 나에게 돌리며 얌전히 있었다. 그렇게 나는 말을 끌고 가서 훈련장에 도착했다. 훈련장은 생각보다 넓었다. 처음에 우리는 경보를 배웠다. 경보란 말을 타고 천천히 걷는 것이다. 전에도 승마는 해본 적은 있지만 다 1일 체험이라 별 감흥이 없었지만 이건 정기적으로 승마하는 거라 처음에 알파의 넓적한 등에 타서 경보를 할 때 마음이 두근거리고 심장이 빨리 뛰었다. 장갑으로 만져본 알파의 등은 따뜻했었다. 그렇게 아무 사고 없이 경보를 연습하는 단계도 마쳤고 속보도 배웠다. 속보는 말을 타고 달리는 건 데 나는 경보보다 속보가 좋았다. 경보는 걷는 거여서 허리를 꼿꼿이 피고 시선은 저 멀리~ 앞을 정면으로 응시해야 하는 데 속보는 말이 뛸 때 생기는 바람의 저항을 많이 받지 않게 자세를 조금 낮추어야 하는 데 그때마다 뭔가 느낌이 말과 내가 합심동체가 되어 한 감정을 공유하고 있는 것 같았다. 말과 함께 뛰고 있으면 무궁무진한 희망을 향해 뛰어가고 있는 것 만 같아서 기분이 황홀해졌다. 그렇게 속보를 거의 배웠다고 할 수 있을 만큼 많이 훈련을 할 즈음, 알파가 갑자기 나오지 않았다. 코치님 말로는 알파가 귀에 염증이 나서 동물병원에 갔다는데 몇 주일 동안 나오지 않아 걱정했었다. 그래도 훈련은 계속되었다. 나는 다시 새로운 말을 지정받게 되었는데 그 말의 이름은 청정 이었다. 그 때부터 또 다시 나는 청정이를 알게 되었다.
청정이는 유성이처럼 시크한 말이었다. 아니, 시크한 거보다는 '츤데레'의 정석이었던 것 같았다. 알파는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갈색마였다면, 청정이는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흑마였다. 처음에 나는 친해지기를 목적으로 우리 안에서 쉬고 있는 청정이에게 직접 사서 썰어서 온 싱싱한 당근을 주었다.(처음부터 거의 모든 말에게 당근을 돌렸다. 하지만 내가 타는 말들은 특별히(?) 서비스로 더 주었다.) 그런데 청정이가 난폭하게 고개를 흔들며 위협적으로 이빨을 딱딱거리며 내게서 함부로 당근을 뺏어가려는 것이었다. 나는 당황하지 않고 도리어 주려던 당근을 주지 않고 근엄하게 "어..? 쓰읍, 그러면 안 돼. BAD BOY. 젠틀하게."(청정이는 참고로 수컷이다) 하며 다시 당근을 주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똑같은 반응이 돌아왔다. 나는 여기에서 굴복하지 않고 다시 똑같은 행동을 했고, 청정이는 이해를 못했는지 또 하고, 나도 또 하고 그랬다. 그렇게 3~4번 째인가? 청정이가 드디어 이해했는지 얌전히 받아먹었다. 그 순간 나는 내 노력이 성과를 이루었다고 생각해 기뻐했다. 그리고 이번 만남으로 청정이와 내가 서로에게 좋은 파트너가 될 거라고 예상했었다.
그런데 내 예상을 아주 시원하게 빗나가는 청정이었다. 청정이는 처음에 경보를 할 때 헤드뱅잉을 어찌나~!!! 잘 하는지 거의 1초에 한 번씩 해대는 통에 내 정신이 혼미해지면서 순간 '아.. 이렇게 죽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하지만 의지의 한국인인 나는 청정이와 친해지려고 노력을 매우 많이 했고 그렇게 청정이도 그런 나를 보며 조금씩 마음을 열어주었다.
그리고 나서 나는 구보를 배웠다. 대망의 '구보'였다. 구보란, 한 마디로 말하자면, 기수와 말이 한 몸이 된 듯 함께 날뛰는 것을 말한다.(진짜 과언이 아니다. 내가 경험해보았다.) 흔히 사극에서 전쟁터 장면을 보면 군사들이 말을 타고 싸울 때 달려나가는 것과 똑같다. 나는 말과 함께하는 동안 총 세 가지 종류의 동작을 배웠는데 가장 쉬운 게 경보, 그다음이 속보(믈론 경속보도 있었지만 짬뽕과 짜장면 사이의 짬짜면과 같은 경우로 경보와 속보의 중간이다.), 마지막이 고난도, 구보였다.
하지만 그 만큼 배우는 게 힘들고 위험하지만, 진짜 느낄 수 있는 활홀감이 극에 달한다. 하늘에서 달릴 수 있으면 이 느낌일 것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동작이었고 앞으로도 잊지 못할 동작이었다.
이렇게 나는 말을 타면서 부터 TV를 보다가 올림픽 경기에서 승마 대회가 보이면 지나치지 못하고 집중하여 보게 된다. 말들은 나에게 지친 일을 다 잊어버리게 해 주고 행복하게 해 주었다. 나는 말을 타면서 동물에 더욱 빠져들었고, 그렇기 때문에 말들과 함께했던 시간들은 너무 행복해서 1년 정도 다니다가 시간 상으로 승마를 그만 둔 내게 승마 휴유증을 겪게 하며 오히려 (행복해서 더 치명적인)마의 시간이 되어버렸다.
전체 1

  • 2024-02-20 13:44

    이렇게 다양하고 또 색다른 스포츠의 세계를 나눠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승마라니! 엄청 신기하고 또 글로만 봐도 행복한 기운 나눠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저도 동물 엄청 좋아하는데 청정이가 어떻게 생긴 아이인지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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