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와 축구

그녀와 축구

22살에 여자친구를 처음 사귀게 되면서 나는 축구를 좋아하게 된다. 그녀는 해외축구를 좋아했다. 그 당시에 나는 새벽에 일어나서 축구를 보는 그녀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그녀와 축구를 보며 카톡을 나누기 위해 축구를 보게 된다. 해설들의 말은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고 골이 들어가도 기쁘지 않았지만 그녀와 연락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렇게 연락을 한지 1달이 조금 되어가던 시기쯤에 한국국대 경기를 보러가자고 그녀가 나에게 말했다. 너무 당황해서 횡설수설하며 좋다고 말했다. 그녀는 나를 보며 웃었고. 나도 멎쩍게 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한가지 간과한 점이 있었다. 바로 그녀가 축구를 정말 좋아하던 것이었다. 그녀는 손흥민 선수의 유니폼이 있었고 나에게 어떤 유니폼을 입고 갈 것이냐고 물었다. 유니폼이 없다고 말하면 그녀가 실망할 것 같아서 황의조 유니폼이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화색이 되며 같이 유니폼을 입고 가자고 말했다. 나는 좋다고 말하며 새끼손가락으로 약속을 했다. 새끼손가락을 내가 먼저 내밀었지만 어찌나 떨리던지 그녀가 그 모습을 보며 또 웃었다. 아무래도 나는 그녀의 웃는 모습에 반해버린 것 같다. 그녀를 매일매일 웃게 해주고 싶다고 이때쯤부터 생각했던 것 같다. 나는 경기 전날 부랴부랴 강남으로 가서 황의조 유니폼을 사게된다.

월드컵경기장 앞에서 우리는 만나서 함께 붉은악마 머리띠를 했다. 그녀는 농담조로 커플 머리띠네~ 라고 말했다. 나는 애써 웃으며 긴장한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애썼다. 그녀는 또 나를 보며 웃었다, 그러고는 내 손목을 낚아채며 경기장으로 들어갔다. 그때 내 심장은 터질 것만 같았다. 그녀가 처음으로 나의 몸에 손을 댄 것이었다. 나는 그녀의 리드에 이끌려 경기장에 들어왔다. 어떻게 경기장에 들어왔는지는 기억나지 않고 그저 나의 손목을 잡고 앞으로 나아가던 그녀의 뒷모습과 그녀의 뜨거운 손만이 기억난다.

킥오프가 시작하자 그녀는 응원가도 부르고 소리도 지르며 경기를 즐겼다. 나도 처음에는 그녀에게 잘 보이기 위해 경기를 즐기는 척 했다. 그런데 어느샌가 즐기는 척이 아닌 진짜 축구를 즐기고 있었다. 선수들의 움직이 선명히 보였고 슛팅이 보였다. 우리팀 키퍼의 선방이 있으면 소리를 질렀다. 축구란 이런 것이구나. 정말 90분이라는 시간이 한순간 끝났다.
경기는 비겼지만 나는 승리했다. 축구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사람이 되었고 그녀와 집에 가는 길에 우리는 사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