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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를 남겨준 사람

이벤트/백일장
작성자
솜사탕
작성일
2024-02-20 16:35
조회
118
첫사랑은 누구나 가슴속에 묻고 산다.
나의 10대 그리고 20대까지 오빠와 함께 했던 모든 순간을 기억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나는 중학교 때부터 하키라는 운동을 시작했고, 어느 순간부터 작은 빈틈이 생길 때마다 오빠가 파고 들어왔다.
17살 나에게는 높고도 넘을 수 없는 남고부 오빠다.
같은 지역은 아니었지만, 연습경기를 위해 전지훈련을 자주 오곤 했다.

다른 날과 다르게 햇볕이 강해 인상을 찌푸리는 날이었지만, 오빠는 내가 마냥 귀엽다면서 환하게 웃어주었다.
잠깐 자세를 봐준다며 나에게 슬며시 다가왔다.
내가 하는 동작은 아무나 할 수는 있지만, 쉽게 사용은 못하는 동작이다.
오빠한테 조금 더 강하게 골대로 밀어 넣는 법을 알려달라고 했다.

넓고 듬직한 어깨.... 오빠가 등뒤 쪽으로 다가왔을 때 처음으로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간직하고 싶은 향기...... 솜사탕같이 달콤한 향이다.

"자 내가 하는 거 한번 보고 따라 해 봐"

정성껏 나를 알려주었고, 그때의 향기와 오빠의 미소를 아직도 가슴 한편에 간직하고 있다.
그 이후 손에 물집이 터져 피가 날 때까지 낮과 밤 상관없이 연습을 해서 내 기술로 만들었다.
오빠의 응원에 새벽부터 야간까지 훈련하면서, 운동에만 내 인생을 다 바쳤고, 비인기종목인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더 발버둥 쳤다.
이 험난한 세계에서 오빠가 아니었으면, 매일 밤 울면서 외로운 싸움을 했을 것이다.
우린 연락도 자주 하고, 서로 부족한 점이나 잘한 점이 있으면 칭찬해 주고 격려해 주면서 서로에게 더 의지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우리는 성인이 되었고, 서로에게 하지 못하고 마음에 담아두었던 말들을 다 꺼냈다.

"우리 한번 만나볼래?"

오랫동안 간직했던 마음이 드디어 이루어졌다고 생각했다.
난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했던 말은 절대로 믿지 않았다.
오빠는 실업팀에 들어가면서 시합과 훈련으로 나를 보는 일이 줄어들었고, 그렇게 우린 소홀해지기 시작하면서 다툼 속에서 이별했다.
이대로 우리의 끈을 놓을 수 없어서, 오빠 집 앞으로 찾아갔지만 이미 없었다.
이렇게 나의 첫사랑은 끝이 나버렸다.

그렇게 5년이 지났고, 나는 부상으로 은퇴를 하면서 현재는 평범하게 회사를 다니고 있다.
문득 혼자 가만히 앉아있다가 오빠가 생각이 났다.
나랑 헤어지고 얼마나 잘살고 있는지 궁금해서 오빠랑 제일 친했던 선배에게 연락을 했다.
선배의 얘기를 듣고, 난 한없이 아파하고 무너졌다.
왜 진작 나에게 말하지 않았을까 도대체 왜 그래야만 했을까
아직도 물어보고 싶다.
오빠는 기억하기 싫은 선수의 삶 속에서 유일하게 끄집어내어 지금까지도 간직하고 있는 사람이다.

'오빠... 아직도 주변사람들은 잘 모를 거야 우리가 함께했던 시간과 추억들을...
난 다른 사람과 오빠의 추억을 나누고 싶지 않아서 가슴 한편에 곧이 간직하고 있어
솜사탕처럼 푸르고 따뜻한 곳에서 내가 잘 살아갈 수 있게 지켜봐 줘'

끝으로 말을 전하고 싶어요.
여러분은 후회하며 땅을 치는 순간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나의 유일한 세계에 들어와도 된다고 느꼈다면, 꼭 옆에 있는 사람에게 마음과 사랑을 표현하세요.
전체 2

  • 2024-02-22 16:05

    그 오빠가 여기로 와서 이 글을 보신다면 좋겠어요🥹😢
    그나저나 하키라니..!!! 정말 멋있어요!


    • 2024-02-22 17:06

      하늘에서 꼭 지켜볼꺼라고 생각해요: )
      지금은 은퇴한 선수지만, 정말 열정을 가지고 했던 만큼 후회는 없어요!
      이렇게 좋은 기회로 저의 운동시절과 그리고 오빠에 대한 추억을 조금이나마 나누게 해주셔서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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