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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중생의 첫사랑,합기도 관장님 이야기

이벤트/백일장
작성자
유사랑
작성일
2024-02-23 03:10
조회
151
그때가 아마 중학교 1학년 말쯤이었던 것 같다. 8살 때부터 다녀온 합기도를 한창 열심히 할 때이기도 하다.

내가 처음 빠지게 됐던 날은 생애 첫 전국 대회 날이었다. 설렘 반 떨림 반으로 선배들, 친구들과 함께 저녁쯤 도장으로 모였다. 8시가 되자 모두 준비를 마치고 차에 올랐다. 대회장이 약 3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먼 거리에 있어 가는 중에 모두 잠이 들었다. 나는 조수석에 앉은 선배와 관장님이 인생사나 앞을의 진로 같은 평범한 대화를 나누는 소리를 들으며 창밖을 보고 있었다. 아마 이때부터 마음이 생기지 않았나 싶다. 평소에 볼 수 없던 진중한 모습과 어른 같은 모습이 마음에 와닿았나 보다.

그렇게 새벽에 대회장 근처에 있는 모텔에 도착했다. 언니들과 친구들이 떠들며 잘 준비를 하고 눕는데 난 마음이 너무 이상했다. 다음날 있을 대회 때문인 건지 관장님 때문인 건지 속이 울렁거리고 마음 한구석이 찌릿찌릿한 게 묘한 기분이었다. 그래서 괜히 친구한테 관장님 너무 귀여우시지 않냐, 너무 잘생기셨다 하며 장난처럼 말을 걸었다. 그렇게 별 의미 없는 말을 주고받다 모두 잠에 들었다.

아침이 밝았고 대회장으로 가는 차에 모두 탑승했다. 이날도 어김없이 심란한 맘에 머리가 어지러웠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내가 경기할 차례는 찾아왔고 잔뜩 긴장한 상태에서 들어간 경기는 처참했다. 은메달을 따긴 했지만 코앞에서 놓친 패배는 더 크게 다가왔고 흐르는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내가 엉엉 울고 있으니 관장님은 괜찮다며 나를 안아주셨다. 지금 생각하면 관장님께 너무 죄송하지만 그때는 져서 서러웠음에도 불구하고 무지 설렜다. 그렇게 한바탕 눈물을 흘리고 선배들 경기가 끝나길 기다리며 차에서 친구와 나, 관장님, 다른 도장 관장님 이렇게 넷이서 밥을 먹었다. 여중생답게 졌던 건 금세 잊고 관장님과 타 도장 관장님이 얘기하시는 걸 들으며 뒷자리에서 밥을 맛있게 먹었다. 그 와중에 또 친구한테 귓속말로 방금 하신 말 너무 귀여우시다며 웃고 떠들었다. 이때부터 내 심란했던 마음이 어떤 마음인지 점차 알게 됐다.

모두 경기를 마치고 다 같이 단체 사진을 찍기 위해 대회장 앞으로 모였다. 나는 괜히 관장님 옆에 있고 싶어 사진 찍는 내내 옆에 붙어 있었다. 그렇게 모든 일정이 끝이 나고 우리는 도장으로 돌아가기 위해 차에 탔다. 관장님과 이런저런 얘기도 하고 중간중간 휴게소를 들리며 이것저것 먹기도 했다. 1박 2일의 시간을 보내고 집에 돌아오니 기분이 참 이상했다. 6년간 봐왔던 오랜 스승님인 관장님에게 이런 감정을 가지는 것도 너무 죄송했고 무엇보다 유부남이신데다가 나이 차이는 20살이 넘었다. 물론 연애를 해보겠다는 생각으로 좋아한 건 아니었지만 좋아하는 마음 뒤에 죄책감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 이후로 하루에 한 시간씩 가던 도장은 어느새 세 시간, 네 시간씩 있게 되고 관장님을 도와 아이들도 가르치게 되었다. 물론 마냥 순탄하진 않았다. 내가 열심히 하는 만큼 결과는 따라 주지 않았고 관장님은 나를 더 호되게 가르치셨다. 관장님께 혼나고 울며 집에 왔던 날도 많았고 뒤에서 관장님 욕을 하는 날도 많았다. 하지만 그렇게 욕을 하고 울어도 마음은 식지 않았다. 괜히 오기가 생겨 더 잘하고 싶은 맘에 하루 종일 운동만 했다. 아마 내 일생 중 가장 건강한 시기가 아닐까 싶다.

그전에도 여러 사람을 만났지만 단연코 내 첫사랑은 관장님인 이유가 있다. 좋아하는 사람 때문에 그렇게 많은 고민을 했던 것도 처음이었고 그렇게 많이 울고 웃었던 것도 처음이었다. 지금 다시 생각해 보면 너무 유치하고 웃긴 첫사랑이었지만 그때는 뭐가 그렇게 설레고 좋았을까? 너무 유치했지만 내 인생에 다시 누군가를 그만큼 사랑할 날이 올지 모르겠다.

합기도라는 운동 덕에 인생에서 돈주고도 못배울 소중한걸 배운 것 같다.
전체 1

  • 2024-02-27 18:30

    다시는 누군가를 그만큼 사랑할 수 없을만큼의 순수한 열정이 스포츠와 함께 자라게 되었고, 또 그것으로 소중한 것을 배우게 되었다는 깨달음이 있다면.
    그것이 비록 아플지언정, 앞을 나아가는 데에 있어 결국은 큰 무기가 되어줄 것이라고 믿어요.
    합기도에 대한 이야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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