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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ver make predictions, especially about the future.

이벤트/백일장
작성자
이하늘
작성일
2024-02-24 04:15
조회
80
자, 여기에 스포츠광이 있다. 야구, 축구, 배구, 심지어 컬링까지 가리지 않고 좋아하는 스포츠광이. 그것은 바로 나다. 인생을 살아오며 스포츠로 인해 희열을 느껴본 적이 없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 필승 코리아' 는 제 2의 애국가 수준이고, 우리들은 어릴 때부터 2002년 월드컵의 붉은 악마 정신이나 박지성과 김연아의 이야기를 들으며 살아왔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그리고 특히 응원팀이 있는 팬이거나 소위 '못한다' 고 불리우는 팀의 팬들이면 더욱더 공감할 만한 이야기를 써 보려고 한다. 물론 이 두 개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공감되는 글이 되었으면 한다.


지면 화나고 이기면 기쁘다.
이러한 단편적 감정의 이유는 경기라는 코딩의 결과값이 '졌다' 로 출력되면 '못했다' 라는 과정이 머리에 떠오르고, '이겼다' 로 출력되면 '잘했다' 는 과정이 떠오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말로 경기가 진행되는 내내 흐름을 '못했다' 또는 '잘했다' 로 나눌 수 있을까? 스포츠 팬들 사이에서 '졌잘싸' 라는 표현이나 '자강두천' 이라는 말이 널리 쓰이는 것을 보면 그렇지만도 않다. 스포츠에는 셀 수 없을 정도의 변수가 존재한다. 그 변수가 좀 날뛰어줘야 스포츠는 변화무쌍해지고, 그 변화무쌍에 파고들면 진정한 스포츠의 매력을 알 수 있다.


앞에서 말한 과정 속의 변화무쌍은 바로 불확실성과 가변성을 얘기한다. 내가 스포츠를 좋아하는 이유임과 동시에 스포츠의 제일 큰 매력이다. 이것은 축구 경기 종료 단 10초 전에 골이 들어가도 전혀 이상하지 않고, 야구도 아웃카운트 단 하나를 남겨둔 상황에서 역전 만루홈런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뉴욕 양키스의 전설적인 포수 요기 베라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It ain‘t over till it’s over)' 라는 명언을 남겼다. 모든 스포츠는 불확실성과 가변성으로 인해 순식간에 경기가 뒤집히는 경우도 많다. 3할 6푼을 치는 매서운 타자가 모든 찬스에서 안타를 뽑아낼 수는 없고, 리그 탑급의 공격수가 매 경기 골을 넣는다는 법도 없다. 당장 오늘 첫 선발인 신인이 야구에서는 역전 끝내기 만루홈런을 때릴 수도, 축구에서는 극장골을 넣을 수도 있다. 이다지도 불확실성이 강한 것이 바로 스포츠이다. 마지막 순간까지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이 스포츠의 매력인 것 같다고 항상 생각한다. 물론 큰 점수차로 이기고 있던 경기가 그 불확실성 덕에 역전패로 이어지면 화가 나지만, 반대로 내가 응원하는 팀이 극적으로 역전해 이기면 그만큼 짜릿한 일이 또 없지 않은가. 공 하나에 일희일비한다고들 하지만 마냥 나쁜 것만은 아니다. 지면 당장은 화나지만 내일 이기면 된다 생각하고, 연패한다면 그 길고긴 연패를 끊어내는 순간이 짜릿하니 계속 보게 되고. 여러가지로 묘하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 스포츠의 리그를 보기 시작하면 자연스레 응원 팀을 잡는다. 나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나는 응원하는 팀의 경기를 보면 '내가 이 팀을 왜 응원하고 있지?' 하는 생각이 가끔 든다. 야구를 예로 들어보자. 내가 야구를 처음 접했을 당시 한국의 야구 리그인 KBO리그에는 9개 구단이 있었고, (아직 kt 위즈가 창단되기 전이었다.) 내가 그 중에서 잡은 팀은 삼성 라이온즈이다. 사실 나는 아직도 내가 이 팀을 응원하게 된 확실한 계기를 아직도 잘 모르겠다. 조금 어렸던 2012년의 나는 삼성 라이온즈의 창단 팬인 아버지께서 야구를 보면 옆에서 자연스레 따라 보고는 했다. 그게 다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팬이 되었다. 그저 아버지가 본다는 이유만으로 응원하게 되었다고 한다면 내 생각으로 그닥 대단한 계기는 아닌 것 같긴 한데, 따지고 보면 삼성 라이온즈라는 야구단이 창단할 때부터 팬이었던 아빠(와 삼촌) 밑에서 자랐으니 태어날 때부터 나는 그냥 푸른 피였나 싶기도 하다.


그리고 꽤나 이상하고 신기한 것이 있다. 삼성 라이온즈는 잘했던 예전이 무색하게도 몇 년 연속 비밀번호 등수를 기록하며 꾸준히 하위권 클럽에 머물고 있는데, 이 기간 동안 '삼성은 못 하니까 우리 팀으로 넘어오라' 는 말을 한 상위권 팀 팬인 지인들이 꽤나 여럿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런 말을 수없이 듣는 동안 응원하는 팀을 바꿀까 하는 생각은 한 번도 들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계속 응원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이렇게 보니까 리그에서 응원하는 팀을 정한다는 것은 그 이유가 어찌 되었든 운명적인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최근에는 어디 가서 삼성 좋아한다고 하면 요즘 삼성 못하지 않느냐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사무치도록 잘 안다. 그래서 나는 안다고 답한다. 사실이니 딱히 부정하지도 않는다. 그 말 이후에 못 하는데 왜 좋아하느냐는 말을 들으면 그냥 내 팀이니까요, 하는 말밖에 할 수가 없다. ​야구도 응원팀이 부진한데 나는 해외 축구까지 보는 사람이다. 심지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축구 응원팀도 요즘 순위가 계속 내려가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 법한 손흥민이 활약하고 있는 토트넘 핫스퍼 FC가 바로 나의 축구 응원팀이다. 이 팀도 마찬가지로 가끔 못할 때도 있고 한창 부진할 때는 못한다는 소리를 정말 많이 듣는다. 하지만 상위권에서 날고 기는 다른 축구팀으로 갈아탈까 하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 아무리 추가 시간에 역전골을 먹혀 패배해도, 상대 팀 투수에게 타선이 꽁꽁 묶여 한 점도 내지 못하고 패배해도, 아무리 못하고 당장 한 대 때리고 싶을 정도로 미워도 내 팀인 것이다. 나는 어쩌면 태어날 때부터 혈관을 타고 흘렀을지도 모르는 푸른 피에 스포츠광이니까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내 팀을 응원할 운명 같은 것을 지고 태어난 것일지도 모른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스포츠 팬인 당신에게. 불확실성과 가변성이 지배하는 스포츠의 매력을 아는 당신은 멋진 사람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만약 소위 '못하는 팀' 팬이고 아직 지독하게도 그 '못하는 팀' 을 응원하고 있다면, 당신도 정말 멋진 사람이다. 이 글의 제목은 'Never make predictions, especially about the future, 섣불리 예상하지 말라. 특히 미래에 대해선.' 이다. 앞으로 응원 팀의 행보가 어떻게 펼쳐질지 기대되지 않는가? 섣부른 미래의 예상을 반복하면 지치기 마련이다. 느긋한 마음을 갖고 스포츠의 매력인 불확실성과 가변성을 염두에 두고 응원하길 바란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스포츠 팬이 아닌' 당신에게. 우리의 인생도 스포츠와 마찬가지다. 셀 수 없는 변수가 존재하고 그 변수들이 어떻게 작용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떻게 작용할지 모르는 변수들에 대한 불안감도 있을 수는 있겠지만, 우선은 궁금하지 않은가? 불안감보다는 앞으로 펼쳐질 미래에 대한 호기심을 가져보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의 미래에 짜릿한 역전 만루홈런이 있길 기대한다.
전체 1

  • 2024-02-27 18:24

    "그냥 내 팀이니까요." 라는 그 짧은 문장에, 모든 것이 다 담겨있는 것 같아요. 좋아한다는 것의 진정한 정의는 단순히 그 무엇이 잘나서, 혹은 잘난만한 조건을 갖추어서가 아니라, 잘해도 못해도, 행복해도 불행해도 '함께'라는 것을 선택하는 의지가 아닐까 싶어요. 비록 내 팀에 짜릿한 홈런이 없다해도, '내 팀'이니까.😌😘🥹
    좋은 글, 정말 스포츠의 찐팬임을 인증해주시는 마음을 남겨주셔서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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