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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을날의 기억

이벤트/백일장
작성자
딸기라떼
작성일
2024-02-25 06:27
조회
93
때는 2023년,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그렇게 덥지도, 춥지도 않은 바깥에 나가면 상쾌하고 시원한 바람이 맞이해주는 그런 청량한 날이었다. 가을은 너무 순식간에 지나가기에 가을하면 마땅히 떠오르는 추억이 없었던 나였지만 이 날을 통해 생긴 가을하면 떠오르는 아니, 2023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추억에 대해서 지금부터 얘기해보려 한다.

보통 학교에선 체육대회가 열리면 여자는 피구, 남자는 축구로 승부를 본다. 다른 학교와 별 다를 바 없이 우리학교도 마찬가지로 여자는 피구를 했던 터라 늘 여자는 피구를 하는 학교를 다녔던 나에겐 축구를 접할 기회조차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체육대회가 끝나고 한 달 쯤 후였나? 친구들과 급식을 먹고 반으로 돌아와 자리에 앉아 수다를 떨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우리 반과 다른 반 남자아이들이 웅성거리며 교실에 들어오더니 학교가 주관하는 것이 아닌 우리학교 축구부 애들이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교내 축구대회가 열릴 것이라는 소식이 내 귀에 닿은 것 아니겠나? 팀 구성 방식은 축구부 3학년이 주장으로 대상 제한없이 전교생 중에서 같이 뛸 선수를 뽑아가는 것이었다. 내 16년 인생 중 축구라고는 초등학교 1학년때 해본 게 다였기에 늘 모든 것에 호기심이 많은 나로서는 한번쯤은 제대로 된 축구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마음이 요동쳤지만 난 축구를 해본 경험이 많은 것도 아니고 축구에 대해 아는 것도 별로 없었기에 내가 축구에 낄 수 없다는 현실을 받아드리고 씁쓸하고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다시 친구들과 수다를 이어갔다.

그러던 중 하굣길이었다. 같은 동네 친구들과 함께 집을 가며 축구를 뛰는 애들 명단을 보는데 이게 웬걸 내 이름이 있었다!! 내 이름을 보자마자 설렘과 두근거림이 앞설 줄 알았으나 실상은 당황스러움이었다. "?! 내가 왜 여깄어???"
"아 그거 00이가 우리끼리 하재!"
00이는 3학년 축구부 중 한 명이다.
그토록 바래왔던 순간이었으나 막상 그게 현실이 되니 잘하지 못할 거 같은 걱정과 불안감에 두려움이 덮쳤고 그것은 곧 내 용기를 지워버렸다. 자신이 없던 나는 팀 주장에게 하지 못 할 거 같다는 말을 남겼다. 그러나 그 친구는 "우리는 져도 돼 그냥 재밌게 하는 거야 부담 안 가져도 돼 우리는 안 다치는 게 최우선이야" 라고 해주었고 아직 불안감이 가시진 않았지만 안 하고 후회할 바엔 후회 하더라도 친구들과의 추억을 쌓겠다는 다짐으로 축구를 뛰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그날부터 우리는 장소•시간 가리지 않고 열심히 축구 연습을 했다. 져도 된다고 하긴 했지만 그래도 너무 처참히 져버리면 멋이 안나니까ㅎㅎ… 거의 난생처음하는 축구였다. 내가 중학교에 와서 가장 많이 한 스포츠를 꼽자면 부동의 1위는 피구이다. 그런데 피구를 할 때 숨차는 것과 축구를 할 때 숨차는 건 느낌이 달랐다. 피구는 숨이 차면 그만하고 싶고 그대로 벌러덩 눕고싶었던 반면에, 축구는 숨이 차면 찰수록 내가 뛰고 있다는 게 느껴지고 살아있다는 게 느껴지고 내 땀방울이 느껴지고 내 열정이 느껴졌다. 오랜만에 심장이 뜨거워졌다. 대중에게 가장 익숙한 스포츠지만 경험해본 적 없는 축구였다. 축구는 보는 것만 재밌는 줄 알았던 지난날의 내가 바보스럽게 느껴졌다. 대회를 준비하며 했던 연습 덕분에 축구 지식 0이었던 나는 점점 축구 용어와 룰을 알게 되었고 그 덕에 더욱더 흥미를 붙일 수 있었다. 그리고 이때의 순간들은 현재 나에게 정말 잊지 못 할 소중한 기억으로 자리잡았다.

대망의 대회 날이 밝았다.
상대는 우리 학교에 흔히 에이스라고 불리는 애들이 꽤 모여있는 팀… 모든 아이들이 우리가 질 거라고 했다. 어떤 애들은 승부에내기를 걸기도 했다. 하하 그럴 만도 한 게 다른 팀은 다 축구를 잘하는 남자애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우리 팀은 여자만 3명이고 나머지 남자애들은 주장 제외 축구부에 관련도 없는 애들이었기 때문이다ㅎ… 하지만 상관없다! 난 열심히 노력했으니까. 주변을 둘러보았다. 관중석에는 모든 학년 아이들이 다 모여있었다. 근데 그 사이에서 유독 바로 눈에 띄는 그 애, 바로 내가 좋아하던 그 애다. 우리 팀의 경기가 처음이 아니고 그 전에 몇 개의 팀이 경기를 이미 했었는데 그때마다 그 애는 관중석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런데 내가 경기를 하는 날 구경을 하러 나왔다는 건…?! 하는 망상과 김칫국 같은 설레임을 머금고 운동장에 섰다. "삐—" 경기를 시작하는 호루라기 소리가 경쾌하게 울렸다
덩달아 떨림인지 뭔지 모를 내 심장도 울렸지만 지금까지의 우리의 노력을 믿고, 지더라도 최선을 다하기로 마음 먹었다.
"와!!!!!!!!!!" 첫 골이 터졌다.
첫 골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우리 팀이었다!!!!
관중석이 술렁였다. 아무도 예상 못 한 골이었기 때문이겠지
그러나 오프사이드로 득점 취소가 되었다ㅎ
그래도 분위기는 약간 우리쪽으로 흘러가게 됐다!!!!
"골!!!" "골!!!!" "골!!!!!"
모두 우리 팀의 득점이었다. 그러나 모두 오프사이드로ㅎ
득점취소가 되었다^^ 현재 스코어는 1:1
그러다가 상대가 골을 또 넣었고 우리 팀 주장이!!!!! 실수로 자책골을 넣었다ㅎ 그러나 원망스럽다는 생각은 하나도 들지 않고 그냥 웃기기만 했다ㅋㅋ 예상치 못했던 일이 일어난 덕에 오늘 하루가 더 기억에 남을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긍정적이고 활기찬 마음으로만 가득했던 하루였다.
곧 경기 종료를 알리는 호루라기 소리가 운동장에 퍼졌다.
큰 이변은 없었다. 모두의 예상처럼 승리는 상대팀이었고 패배는 우리 팀이었다. 그치만 난 우리가 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경기를 통해 다른 애들은 경험하지 못 할 빛나는 추억이라는 값진 상품을 얻게 되었기 때문이다. 경기 내내 즐거웠고 광대가 아플 정도로 힘차게 웃으며 뛰었다. 내 인생 첫 축구 경기는 걱정과는 반대로 너무너도 보람차고 즐거웠던 기억으로 남았다. 넓은 운동장을 제대로 뛰어본 건 처음이었지만 생각 외로 힘들지도 않았고 우리 팀을 응원하는 친구들의 목소리에 더욱더 힘이나고 기분이 하늘 위로 솟았다. 그렇게 파란 하늘 위 무지개처럼 반짝이던 나의 하루는 저물었고 나는 가장 예쁜 추억을 품에 안고 편안한 마음으로 잠 들 수 있었다.

나의 글이 다른 분들에 비해 특별하다거나 잘 썼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러나 이 글을 읽고 많은 사람들이 학창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고 다시 한 번 머릿속으로나마 행복했고 찬란했던 순간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마음에 글을 적어본다.
돌아오지 않을 오늘에게 감사하고 더욱더 빛나고 보람찬 오늘을 가꿔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나에게 평생 간직할 추억을 선물해 준 주장 친구에게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고, 다른 고등학교가 되어 이젠 자주 보지 못 할 같은 팀 친구들에게도 이 자리를 빌려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너희와 함께한 3년이라서 더 행복했어
먼 훗날 너희가 2023을 떠올렸을 때 웃음소리로 가득한, 찬란한 순간들의 연속으로만 기억됐으면 해. 그 사이에 잠깐이라도 내가 함께한다면 나는 더할나위 없이 기쁠거야. 지친 하루임에도 자기 전에 하루를 돌아보면 즐거운 일만 가득해서 지침 따위는 잊어버리는 하루가 너희의 매일이 되었으면 해. 때론 힘들더라도 그것이 너희를 더 성장하게 해주는 발판이 되길. 난 언제나 이자리 그대로에서 너희의 모든 선택과 순간을 응원할게. 너희의 열일곱이 눈이 부시도록 빛났으면 좋겠어. 너희가 간절하게 바라는 모든 일들이 기적처럼 이루어 졌으면 좋겠어.
언제나 예쁜 것만 보고 예쁜 것만 듣고, 꽃빛으로 만개한 날들 속에서 너희의 청춘을 지내길. 사랑해
전체 1

  • 2024-02-27 18:12

    '언제나 예쁜 것만 보고 예쁜 것만 듣고, 꽃빛으로 만개한 날들 속에서 너희의 청춘을 지내길.'
    딸기라떼님의 예쁜 마음이 이루어지길 저도 바랄게요. 더불어 딸기라떼님의 청춘도 늘 꽃빛이길, 모든 어려운 순간 속에서도 지금 남겨주신 추억의 조각으로 넉넉하고 찬란하게 이겨낼 수 있길 저도 응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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