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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분이 내 365일이 되기까지

이벤트/백일장
작성자
박서윤
작성일
2024-02-27 13:48
조회
92
90분이 내 365일이 되기까지

-스포츠에 대한 나의 관점을 바꿔 놓게 된 단 1년 동안의 이야기

난 어릴 때부터 운동이란 걸 막 좋아하지 않았다. 내가 하는 것도, 보는 것도 말이다.
어렸을 때부터 몸이 좀 약했고, 스포츠와 접점이 없었던 것도 맞다. 관심이 생긴 경험도 없었기에 스포츠가 어색하게 받아들여졌다.
그래도 유일하게 지켜보던 건 국가대표 축구 경기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그 당시 좋아하던 친구가 있었는데 그가 좋아하던 축구였기에 조금이라도 눈길이 갔을지도 모른다.
(문득 생각이 나서 말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친구를 참 좋아했었다. 그 친구 덕분에 스포츠에 대한 거부감이 많이 사라졌다.)

이렇던 내가 여기에서 스포츠에 대한 내 글을 쓰고 있자니 새삼 신기하다.
지금 내가 좋아하게 된 건, 축구 그 자체이다. 어쩌면 내 인생의 전부가 축구가 된 것일지도.

첫 경기를 볼 때는 90분이라는 경기 시간을 그저 내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때 느끼기엔 너무 긴 시간이었고 보다 보면 휴대폰을 쥐고 딴 짓을 하기 마련.

하지만 이런 내 생각은 카타르 월드컵을 계기로 모든 게 달라졌다.

한 해를 마무리 짓기에는 시간이 많이 남았고 열심히 보내기엔 나 혼자 적적했던 겨울날, 카타르 월드컵의 첫 경기가 시작했다.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는 22.11.24 조별리그 1차전. 이때까지만 해도 축구 규칙을 제대로 몰라 오프사이드, 페널티 에어리어(박스), 코너킥이라는 생소한 용어를 인지하기 바빴다.

‘우루과이전’ 하면 떠오르는 조규성 선수의 교체 장면, 모두가 그 장면을 볼 때 들었을 생각처럼 나도 같았다.
대한민국 no.9 그래서 이름이 뭔데! 조규성 이름 석 자를 알고 무작정 인스타그램부터 찾아보니 실시간으로 팔로워 수가 늘어나는 게 보였다.
나는 어린 마음에 내가 조금이라도 팔로우를 더 빨리 누르려고 바로 클릭했던 기억이 있다.

그날부터 나는 SNS와 인터넷 창의 검색어가 모두 축구에 관련된 단어로 바뀔 정도로 축구 규칙과 모르는 것들을 찾아보았다.
다들 보는 경기니까 나도 보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이 아니었다. 내가 보고 싶고, 관련된 자세한 것들까지도 궁금해진 것이다.

다음 경기가 오기만을 기다리는 시간이 흐르고, 조별리그 2차전 가나전이 나를 반겼다.
여러 분석을 봤지만 질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경기 이겨서 하루를 기분 좋게 마무리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전반전에 바로 실점이 나왔다.
아, 이렇게 역으로 먹힐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도 들고 한편으로는 따라가면 된다는 응원도 조용히 보냈다. 하지만 두 번째 실점이 나왔다.

전반전이 끝나고 후반전도 간절한 마음으로 보고 있는데 불쑥 나타나 멋진 헤더로 득점을 따낸 선수! 다름 아닌 지난 경기 때 돌풍을 일으켰던 조규성이었다.
내가 하루 내내 본 여러 빛 중 가장 밝았다.

이어서 멀티 골까지 성공시키며 2대 2로 동점 골을 만들어냈지만 열기가 가시기도 전에 가나의 추가골로 경기 결과는 2대 3으로 패배했다.
막판에 우리나라 감독이 레드카드를 받기도 했고 우선 결과가 그리 좋지 않았기 때문에 아쉬운 마음을 숨길 수가 없었다.

이후 마지막 조별리그 경기인 포르투갈전에서 이기며 16강 진출을 확정 지은 순간 어디선가 샘솟는 희망이 느껴졌다.
다음 경기는 브라질과의 경기, 새벽이라는데 쪽잠을 자고 일어나 4시부터 6시까지 경기를 봐야 한다니! 그래도 내 마음이 이렇게 바라는데 어쩌나.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자연스럽게 경기를 찾아보고 또 시간 계산까지 해가며 축구를 보고 있는 나를 보게 되었다.

그리고 결전의 12월 6일, 나는 알람도 없이 저절로 눈을 뜨게 되었다.

순간적으로 오늘 등교해야 하는데 조금 더 잘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몸은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브라질과의 토너먼트 경기라니..
축구를 잘 알진 못해도 브라질이 잘하는 팀이라는 건 많이 들어본 얘기라서 조금 목이 타기도 하는 찰나 경기가 시작했다.

전반전, 그리고 후반전. 시간은 흐르는데 점점 점수가 벌어지고 끌려가는 느낌이 들었다. 온갖 기술도 보이고 마음이 조금은 답답해졌다.
주변에선 ‘질 것 같은데 한 골도 못 넣고 끝나면 어쩌냐?’며 안보는 게 낫겠다고 권유했던 터라 한 골만은 꼭 들어가길 하는 마음으로 경기를 보고 있었다.

그때, 저 멀리서 슛을 때리는 선수가 눈에 들어왔다.
골대에서 조금 먼 위치인데, 저 거리에서 공을 잡은 모습을 보고 있는데 공이 골대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뭐지? 득점?’ 내 몸이 굳어서 어리둥절한데 화면에 선수의 모습이 비쳐졌다.
저 상황에서도 골을 만드는 모습이 너무 멋있었고 얼어붙을 정도로 놀랐기에 득점이 올라가는 스코어만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중거리 슛, 백승호!
순간 온 세상이 아름답게 보였다. 경기가 끝나고 시계를 보니 등교할 시간이 거의 다 되었는데 여러 기사가 뜨기 시작했다.
결과는 졌지만, 속이 뻥 뚫리는 느낌이랄까?
버스를 타는 내내 휴대전화를 뒤적거리던 내 얼굴엔 조그마한 미소가 퍼졌다.

위의 이야기도 벌써 일 년 하고도 몇 달이 지난 이야기인데(웃음)
그 이후로 정말 축구에 푹 빠져 살았다.

해외 축구를 보는 친구들도 있던데, 나는 국내 축구 K리그에서 좋아하는 전북 현대라는 팀도 생겼다.
한 시즌을 보게 되면서 축구에 대한 많은 것을 알게 되고 팀 컬러까지도 좋아하게 되는 이런 일들.
또 지금까지 제대로 내가 나에게 선물을 해준 적이 없었는데, 생일 자축 선물로 머플러도 사보고 많은 일을 겪었다.
경기를 하나씩 챙겨볼수록 녹색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이 익숙해지고 애정이 생겼다.

스포츠에 별 관심도 없던 사람이 어떻게 지금의 모습으로 변할 수가 있을까. 나도 아직도 의문이다.
스포츠엔 그저 그렇게 지나가던 하나의 눈길을 딱 잡고 묘하게 끌리게 하는 힘이 있다고 해야 할지도 모른다.

K리그의 한 팀에서 그 팀의 이름을 알게 되고, 전북 현대를 ‘우리 팀’으로 부르게 된 지금은 리그 개막만을 기다리고 있다.
- 이번 시즌은 우승 트로피를 드는 팀이 우리가 될 것이라는 강한 확신과 함께. (트레블을 할 수 있다면 격한 환영이다.)

관심이 생긴 이후 구단 라이벌 팀에 대해서도 들었는데 이젠 마치 내 라이벌인 듯 싶다.
이런 구단과 경기에서 만나게 되면 경기장에 각 팀의 응원가와 함께 긴장감이 더욱더 느껴진다.
만약 라이벌전을 이기게 된다면? 행복함이 두 배가 된달까!

물론 늘 행복만이 찾아오는 건 아니다.

한 경기가 끝나고 그 경기가 승리로 돌아가게 되면 다음 경기가 오기까지의 한 주가 기다려지고 기쁜 마음이 들지만, 중요한 경기에서 패배한다면
그날로부터 일주일을 무표정으로 보낸 적도 있다. 일희일비한다고 해야 하나?
경기 하나에 내 마음이 이리저리 움직이고 정말 축구를 보면 겪어오지 못했던 많은 일들이 쏟아져 내려오는 느낌이다.

그렇지만 한 선수를 좋아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어떠한 팀을 좋아하고, 축구라는 스포츠를 좋아하게 되는 것.
선수들이 환하게 미소 짓고 있을 때면 저절로 내 표정까지 밝아지는 이런 사소한 것들까지 좋다.

내 청춘을 채워주다 못해 넘쳐흐를 추억을 만들어준 축구를 좋아하게 된 것에 작은 꽃잎만큼의 후회도 없다.
이 모든 과정을 거쳐볼 수 있는 주인공이 내가 될 수 있어서 행복하다.

아시안컵이라는 큰 대회도 이제 막이 내렸다.
좋은 경기력을 펼칠 때도 있고 어쩌면 보기 힘들 정도로 지루하거나 잠시의 암흑기가 찾아올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도 어디선가 펼쳐지고 있을 경기 속엔 모두의 뜨거운 열정과 승리를 향한 굳은 의지가 담겨있다.
하나의 경기에 출전하기까지 선수들은 많은 시간과 노력을 더해 매 순간이 마지막으로 필드에 서는 것처럼 경기에 나선다.
우리는 그들의 열정에 손뼉 치고 그들은 우리에게 희망과 꿈을 선사한다.

국가대항전에선 또 다른 힘찬 목소리가 들린다. ‘대한민국! 짝짝짝 짝짝-’
팬들의 함성과 선수들의 승리를 향한 염원이 모여 비로소 스포츠와 하나가 되는 순간, 이 시간만을 기다리고 또 응원할 것이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정규시간 90분이 내 365일, 1년이 된 것처럼 말이다.
-
이 글을 읽는 모두에게도 스포츠가 당신의 하루에 큰 힘이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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