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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마주하는 설렘.

이벤트/백일장
작성자
정순옥
작성일
2024-02-28 16:44
조회
60
“와우! 우상혁선수가 또 금메달을 땄구나. 정말 대단해.”
텔레비전 화면을 마주하고 앉은 나는 어린아이처럼 두 손으로 박수를 치며 환호를 보냈다. 마치 그 자리에 있는 것처럼.
“후후, 엄마, 그렇게 좋아요? 누가 보면 우상혁 선수가 엄마 아들인 줄 알겠어요.”
아이의 목소리에는 웃음이 담겨 있었다.
“그래. 정말 우상혁 선수가 내 아들이면 좋겠다. 내가 못다 이룬 꿈을 이루었으니 얼마나
좋아. 그보다는 저렇게 꿈을 이루기까지 얼마나 힘들었을지.......“
“아참, 엄마도 높이뛰기선수였다고 했죠? 정말 남다르겠네요.”
아이의 눈이 동그래졌다.
텔레비전 화면에서 우상혁 선수의 환한 웃음은 그동안 가슴속 한 켠에 자리 잡고 있던 어릴 적 내 모습에 숨결을 불어넣어주었다.
단발머리 깡충이며 아무 걱정 없던 그 때, 아버지는 시내에서 작은 구둣방을 하고 게셨다. 구두를 만드느라 투박해진 손만큼이나 무뚝뚝했던 아버지는 막내였던 나를 무척이나 귀여워해주셨다.
집에서 구둣방까지 아버지는 매일 걸어 다녔는데 그 옆에는 늘 내가 따라다녔다. 약수동에서 중구청까지 족히 40여분정도 걸리는 거리를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아버지는 성큼한 걸음으로 오갔고 나는 툭하면 다리가 아프다며 주저앉곤 했다. 그럴 때면 아버지는 묵묵한 웃음으로 업어주시곤 했다.
그러다가 나는 달리기 시작했다. 아버지보다 먼저 달려 아버지를 기다리고 있으면 마치 내가 어른이 된 것처럼 뿌듯함을 주어 좋았다. 약수동 사거리에서 장충체육관까지. 다시 앰배서더호텔가지 오르막길을 내달리다 보면 숨이 턱까지 차오르기도 하지만 달릴수록 앞을 가로막는 모든 것들이 뒤로 밀려나는 그 순간의 기분 좋음은 만족감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다가 나는 전속력으로 달리다가 길가에 서 있는 가로수 나뭇가지의 나뭇잎을 손에 잡는 놀이를 시작했는데 달리다가 높이 뛰고, 다시 달리는 나만의 리그였다. 아마 그 때부터였던 것 같다. 내가 높이뛰기를 좋아하게 된 때가.......
틈만 나면 달렸던 나는 깡마른 몸집에 얼굴이 까맣게 그을려 선머스마였다.
초등학생이 된 후에는 특기를 달리기로 쓸 만큼 나는 달리기를 좋아했고, 그 누구보다 잘 달려 급기야 육상부에 들어가 선수가 되었다. 방과 후, 운동장에 모여 기본체력훈련은 물론 바닥에 징이 박힌 스파이크 운동화를 신고 출발선에 서서 호각소리에 맞춰 조금이라도 빠른 출발연습을 하고, 끝없이 달리고 또 달리는 연습으로 해가 질 무렵에야 집으로 돌아가는 날들은 뿌듯함으로 차곡차곡 쌓여갔다. 그리고 그 뿌듯함은 교내에서는 체육대회 때 1등을 함으로써 친구들의 부러움을 샀고 전국체전에 나가는 선수로 빛을 발했다. 가슴에 부여받은 번호표를 붙이고 나설 때의 뿌듯함이란.......
마치 전장터에 나서는 전사처럼.
“공부를 잘 해야지. 그깐 달리기 선수하면 뭐 한더냐. 당장 그만 두어야. 아니면 내가 학 교로 찾아갈 터이니.“
엄마는 벌써부터 어린 딸이 먹고 사는 게 걱정이 되어 달리는 나를 못마땅하게 여겼고, 나는 엄마를 안심시키기 위해 공부에도 전념해야 했다. 반면 아버지는 엄마 몰래 슬쩍 손에 용돈은 쥐어주기도 하고, 비싼 스파이크 운동화도 사주시며 묵묵한 웃음으로 나를 응원해주셨으며 대회에 나가 메달을 따면 구둣방에 걸어놓고 자랑스러워하셨다.
초등학생 때의 잔잔한 성과는 중학생이 된 후에도 이어졌,고 다양한 수순으로 육상부원이 되었다. 괄괄한 체육선생님은 전국체육대회에서 입상을 목표로 달리기는 기본으로 그 외에 항목을 더해 집중적인 훈련을 시작했다. 10여명 정도 되는 부원들 중에 나는 높이뛰기를 배정받았고 새로운 도전은 또 다른 만족감을 갖게 해주었다. 보기에는 쉬워 보이지만 바를 넘기까지의 과정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출발선에서 바를 넘기까지의 거리는 준비, 달리기, 도움닫기로 3단계로 나누어 발스텝이 자연스럽게 이어져야 하고, 직선이 아닌 둥글게 원을 그리며 달리고 속도를 붙이는 것도 중요했다. 조금이라도 맞지 않으면 바를 넘기는 커녕 그 앞에 서고 만다.
“다시.”
“다시.”
“다시.”
셀 수 없을 만큼의 많은 ‘다시’를 반복한 후, 나는 바를 넘을 수 있었고 목표로 했던 바를 넘었을 때 하늘을 나는 듯한 그 짧은 순간은 나도 모르게 환호성을 지르게 해주었다. 다른 무엇보다 몸을 날려 바를 등 뒤로 넘길 때 마주하는 하늘은 또 다른 세상으로 그 속에 안기는 듯한 설렘은 강렬했다.
지금도 기억난다. 친구들과 함께 운동장에서 연습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때면 석양으로 운동장이 주황빛으로 채워져 자꾸 뒤돌아보게 하던 아릿함이. 그리고 함께 나누던 웃음도.......
우리는 동대문 운동장에서 열리는 전국체전에 서울대표를 뽑는 예선전에 출전했고 나는 높이뛰기에서 예선을 통과했지만 본선에서 탈락하는 고배를 맞봐야했다. 그리고 그 후로는 딸의 장래를 걱정한 엄마가 학교까지 찾아왔고 육상부에서 나와야 했고 다시는 운동장에 남아 연습을 하지 못했으며 나는 공부에 전념해야 했다. 그렇게 세상과 단절된 듯한 날들을 보내며 나는 하늘을 날고 싶은, 높이뛰기 선수의 꿈을 가슴 속에 묻어두었다. 그 꿈이 날개짓을 할까 한동안 나는 운동장으로 눈길조차 주지 않았고, 조금씩 책상 앞에 앉아 책을 뒤적이며 옷매무새에 마음 쓰는 소녀로 번해갔다.

세월이 흘러 어쩌다 높이뛰기 소식을 접할 때면, 오늘처럼 우상헉 선수의 쾌거를 마주할 때면 가슴 속에 묻어두었던 한 조각이 반짝이며 모습을 드러낸다. 비쩍 마른 몸집에 새까맣게 그을린 선머스마 같은 내가 출발선에서의 떨림을 꾹꾹 누르고 서서히 달리다가 도움닫기로 바를 넘어 마알간 하늘을 마주하는 순간의 설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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