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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와의 수영교실

이벤트/백일장
작성자
까치리
작성일
2024-02-28 17:11
조회
107
손자와의 수영교실

열두 살 된 손자가 눈앞에서 수영하는 모습을 보니 어깨가 절로 들썩거린다. 날개를 펼친 듯 접영 기술로 쉴 새 없이 앞으로 전진 하는 모습은 흡사 먹이를 낚아채러 가는 한 마리 독수리처럼 보인다. 누가 묻지도 않았는데 “제가 저 아이 할머니입니다.”라며 자랑을 늘어놓는다. 지켜보던 사람들은 수영 잘하는 손자를 두어서 뿌듯하겠다는 듯 부러운 눈빛을 보낸다.
손자는 여섯 살 때부터 수영을 시작했다. 몸이 약한 손자를 보며 걱정이 많았던 아들 내외는 수영이 면역력과 체력을 키우는 데 좋다는 말을 듣고 수영장을 다니게 했다. 몸이 건강해진 것만 해도 감사한데, 수영에 소질을 보여 전문적으로 교육을 시킨 끝에 열 살 무렵엔 수영선수로 발탁되었다.
이제는 몸 여기저기서 강한 힘이 느껴질 정도로 튼튼하고 강한 육체를 갖췄다. 게다가 말수도 적고 붙임성도 부족했던 녀석이 수영을 시작하면서부터는 자신감도 높아지고 사교성도 좋아졌다. 한창 컴퓨터 게임이나 스마트폰에 빠져 지낼 나이에 당당하게 저 높은 목표를 향해 도전하는 모습이 제법 기특하다.

손자를 따라 수영장에 다니기 시작한 건 3년 전부터였다. 굽어가는 허리가 확연히 눈에 띄기 시작하던 어느 날, 절친했던 친구 한 명이 너무도 서운한 나이에 무정하게 하늘나라로 간 것이 계기가 됐다. 위암 말기였다. 평소에 주변을 극진히 챙기고 다니느라 자신의 건강은 크게 신경 쓰지 못했던 친구였다. 등산이나 수영 등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생활 속 체육활동들은 등한시하고 술자리만 즐겨 찾아 다녔기 때문인 것 같았다. 그래도 평소 겉으로는 건강해 보였던 친구였기에 그런 몹쓸 병이 찾아올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한동안 계속 시름에 빠져있던 내가 안타까웠는지 며느리가 손자에게 말했다.
“할머니한테 수영 좀 알려드리면 어떻겠니? 이제부터 할머니 건강은 우리 아들이 챙겨드리는 거야. 알았지?”
“어머님~ 관절도 안 좋으신데 수영장 한 번 다녀보시는 건 어때요? 요즘 살도 많이 빠지셨잖아요.”
“하긴, 나처럼 나이든 사람들은 관절이 문제야. 그런데 수영할 기력이 있으려나 모르겠다.”
“수영이 힘드시면 물속에서 그냥 걷기만 하셔도 운동효과가 좋아요! 일주일에 2~3일씩이라도 꾸준히 운동하시면 더 건강해지실거예요~.”
나 역시 운동이 좋다는 걸 모를 리 없다. 이 나이쯤 되고 보면 군데군데 아픈 곳도 많아서 무턱대고 운동을 시작할 수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며칠을 고민했지만 건강을 위해서는 결국 수영만한 것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
나는 손자의 손을 잡고 자유 수영시간에 맞춰 수영장으로 향했다. 손자는 무엇이 그리도 즐거운지 수영을 하며 경험한 이런저런 얘기들을 줄줄 꺼내놓는다.
“수영하러 가는 게 그렇게 좋아? 안 힘들어?”
“힘들긴요~. 수영할 때가 제일 신나는데요. 거의 매일 수영을 하니까 이젠 하루라도 안 가면 너무 지루해요. 하하하. 저는 꼭 인정받는 국가대표가 될 거예요.”
가히 애늙은이다운 대답이었다. 언제까지나 귀엽고 사랑스러운 어린아이인 줄로만 알았는데, 수영에 대한 자부심이 남다른 게 제법 어른스러워 보였다.
며느리가 챙겨준 수영복을 입고 유아풀로 가서 손자에게 수영의 기본자세와 호흡법에 대해 하나하나 배웠다. 할머니와 손자 사이를 떠나 마치 수영코치가 초보 회원을 강습하듯 절도 있게 체계적으로 일러준다. 그 모습이 사뭇 진지해 개구쟁이 우리 손자가 맞나 싶을 정도다.
“할머니, 힘 빼세요~ 힘! 다리는 최대한 곧게 펴시고요!”
“우리 손자가 이렇게 열심히 알려주는데 잘 안 되네~. 예전에 분명히 배웠던 것 같은데.”
“수영은 한 번 배워 놓으면 그 방법을 몸이 기억 한대요! 며칠 하다보면 아마 자연스럽게 하실 수 있을 거예요.”
손자 녀석이 아무리 꼼꼼히 알려주어도 몸에서 힘을 빼기란 쉽지 않았다. 몸에 힘을 빼면 혹시나 물에 빠질까봐 두려운 마음이 앞서는 것이다. 몸에서 힘을 빼면 물 위에 자연스럽게 뜬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몸이 좀처럼 말을 듣지 않는다. 내게 같은 설명을 반복해 주면서 지루할 법도 한데, 손자는 열의를 불태운다. 나한테 수영 방법을 알려주면서 스스로도 반복적으로 기본기를 쌓는 모습이 대견할 정도다.
그날 저녁 나는 모처럼 일찍 잠자리에 들어 숙면을 취할 수 있었다. 평소 불면증으로 약을 처방받아 먹어도 잠을 잘 이루지 못했는데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다.
다음날 아침, 며느리는 내가 몸살이 날까봐 걱정을 했다며 “어머님, 수영이 불면증에 특효약이네요!”라고 반겼다.
귀찮지도 않은지 손자는 거의 매일 나를 수영장에 데리고 갔다.
“할머니, 수영 가셔야죠! 귀찮다고 한두 번 빠지시면 더 가기 싫어지실 걸요? 운동만 꾸준히 하셔도 10년은 젊게 사실 수 있대요!”
그리고 꾸준히 운동하는 길만이 마음이 젊어지고 몸이 건강해지는 지름길임을 알려준다.
손자에게 기본적인 수영 방법을 코치 받은 지 한 달여, 어느 순간 몸이 물에 뜨기 시작한다. 온 몸에 짜릿한 전율이 느껴졌다. 물속에서 몸을 어느 정도 가눌 수 있게 되니 수영에 흥미가 생기고 자신감이 붙는다. 축 쳐져서 엿가락처럼 늘어져 있던 일상에 기분 좋은 긴장감이 따라붙는다.
손자는 내게 더없이 훌륭한 수영코치이자, 수영파트너이다. 손자는 수영하는 방법뿐만이 아니라, 즐겁고 유쾌하게 운동할 수 있는 방법도 알려주었다. 고작 초등학교에 다니는 꼬마아이가 운동을 통해 자기 꿈에 다가서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모습은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나이와 관계를 뛰어넘어 나에게 긍정적 자극과 배울 점을 주니 감사할 따름이다.
“처음엔 계속 못 하실 것 같았는데, 3년 가까이 꾸준히 수영하시는 모습을 보니까 할머니가 정말 자랑스러워요!”
손자의 칭찬에 가슴 속으로 벅찬 여운이 차오른다. 손자의 말대로 수영을 3년 정도 꾸준히 다녔더니 다리 근육이 제법 단단하게 올라왔다. 안쓰럽게 말랐던 몸도 어느 정도 살이 붙고 균형이 잡혔다. 자유형과 배형으로 레인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을 정도로 체력과 자신감이 올라왔다. 이 모든 것은 다 손자를 통해서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배웠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어서 심신(心身)의 고통에 흔들리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은 꾸준한 운동과 건강한 대인관계뿐이다. 나는 손자와의 수영시간을 통해서 상기의 2가지를 모두 성취해 낼 수 있었다. 의사의 처방이나 성능 좋은 약보다도 나에게는 훨씬 더 큰 효과가 있었다.
나에게 손자와 함께 한 수영시간은 삶의 균형을 찾는 일이며, 손자와 애정을 나누고 소통하는 소중한 순간이다. 나는 건강을 위해 수영을 하고, 손자는 꿈을 위해 수영을 한다. 나는 수영이 지닌 무한한 힘을 믿으며, 손자는 수영이 지닌 무한한 가능성을 현실로 실현시키고자 한다.
수영을 하고 손자와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 “야, 야, 야, 내 나이가 어때서~”라는 노래가사가 흘러나온다. 나는 자신도 모르게 주문을 외우듯 따라서 흥얼거린다. 더욱 행복한 노년을 위해 나는 오늘도 손자와 함께 수영을 하고, 교감을 나누고, 우정을 쌓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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