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으로 시작하는 제2의 인생

처음 배드민턴을 시작한 이유는 승진을 위해서였다. 그 무렵 우리는 공공연히 승진하려면 배드민턴을 쳐야한다는 말이 나돌았다. 우리에게 근평을 주시는 상사가 배드민턴 동호회 회장이었기 때문이었다. 승진을 코앞에 둔 직원들이 너나 할 것없이 배드민턴 동호회에 가입했다. 비겁하다고 뒤에서 욕하던 사람들도 눈치를 보면서 동호회에 가입했다. 무슨 승진이 일 잘하는 순서도 아니고 배드민턴 잘하는 순서로 된단 말인가. 어이가 없었다.
나는 몸치였고 특히 공으로 하는 모든 운동을 싫어했다. 싫다기 보다는, 정확하게 말하자면 공을 두려워했다. 어렸을 때 지나가다가 축구공에 맞아서 코뼈가 부러질 뻔한 사건이 있은 후로 나는 공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겨서 공만 보면 피해다녔다. 야구공이나 테니스공은 보기만 해도 무서웠다. 내게 스포츠는 넘어야할 대상이기도 했다.
배드민턴은 테니스만큼 겁나는 종목은 아니었지만 배드민턴 공의 둥근 부분마저 맞으면 아프게 느껴질 것만 같았다. 동기들은 하나 둘씩 승진을 했고 후배들마저 치고 올라와 승진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스트레스가 심해서 엣다, 모르겠다 하는 심정으로 배드민턴 동아리에 가입했다. 배드민턴 채도 휘두르지 못하는 나는 몰래 따로 배드민턴을 배우기 시작했다. 일주일에 두 번, 20분씩 코치를 받았다. 그러다보니 어느순간 배드민턴이 재미있어졌다. 1년 쯤 치자 나도 어느 정도 치게 되었고 승진은 덤으로 따라왔다. 하지만 이 승진은 동기중에서 내가 제일 꼴찌로 달았으니 배드민턴을 시작한 나의 불순한 의도는 전혀 먹히지 않은 셈이다. 그래도 배드민턴을 건지게 되어 너무 기쁘다. 배드민턴을 통해 나는 제2의 인생을 살게 되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