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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그 자체였던 사나이

이벤트/백일장
작성자
황성윤
작성일
2024-02-29 15:17
조회
76
<팀 그 자체였던 사나이>

‘32’. 일상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숫자도 아니고 사회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숫자도 아니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서 그리고 ‘원주 DB 프로미’의 팬에게는 앞으로 잊을 수 없는 숫자이다. 바로 DB의 영웅이자 전설인 김주성의 등번호였다. 경기 시작 전 선발 명단을 장내 아나운서가 소개할 때 그의 이름이 호명되면 원주 DB 팬들에게 항상 든든함과 설렘을 주었던 것 같다. 김주성이 코트에 있다면 항상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과 승부처에서 좋은 플레이를 보여줄 것 같은 기대감을 팬들에게 주었다. 이러한 심리는 나와 같은 팬뿐만 아니라 코트에서 그와 같이 호흡을 맞추는 동료들에게도 있었던 것 같다. 4쿼터 승부처에서는 그를 중심으로 공격과 수비 모두 전개되었으며, 그 작전들이 성공했던 경우도 많았다. 반면, 그의 입지와 중요성 때문에 김주성이 경기 중 다치면, 다른 선수가 다쳤을 때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장내 분위기가 가라앉으며, 선수들도 급격히 집중력이 떨어지며 경기를 그르치는 경우가 많았다. 이처럼 그가 곧 팀이었으며, 팀도 곧 김주성이었다.

과거를 되돌아보면, ‘김주성’이라는 이름이 내 인생에 침투했을 때는 초등학교 1학년 시절이었던 것 같다. 나는 강원도 원주시에서 태어났고 지금도 살고 있다.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지역 연고의 프로 농구 구단인 ‘원주 DB 프로미’의 팬이 되었고, 주말에는 종종 가족들과 함께 경기를 직관하기도 하였다. 물론 TV 중계는 경기 날마다 틀어놓고 시청하였다. 매일 시청하다 보니 어린 나이였지만, 선수들의 이름과 등번호를 모두 외우다시피 기억했었다. 프로구단의 특성상 시즌이 끝나게 되면 이적이나 트레이드 등으로 선수단이 바뀌는데, 선수단 구성에서 항상 지워지지 않는 이름이 있었다. 바로 ‘김주성’이었다. 실제로 그의 프로 경력을 보면, 데뷔 시즌인 2002년부터 은퇴 시즌인 2018년까지 원주 DB에서만 선수 경력을 보냈다. ‘원클럽맨’이었던 것이다. 그와 함께 원주 DB는 정규리그 5회 우승 및 챔피언 결정전 3회 우승이라는 대업을 달성하였다. 팀의 우승 경력은 그의 우승 경력과 똑같기에 내가 앞서 말한 그가 곧 팀이라는 말도 틀린 말이라고 볼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팬들에게 엄청난 지지와 응원을 받았다. 김주성이 기뻐하면 팬들도 환호하였고, 그가 고통을 받으면 팬들도 힘들어했다. 딱 한 번 팬과 김주성의 감정이 엇갈렸던 순간은 그의 은퇴 장면이었다. 은퇴 시즌에 팀 성적이 상당히 좋아 정규리그는 우승하고 챔피언 결정전까지 올라갔지만, 결국 우승하지는 못해 김주성을 상당히 아름답게 보내줄 수 있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TV에서 본 그의 모습은 담담해 보였지만, 팬들은 슬펐고 굉장히 아쉬워했다. 이제는 더 이상 그의 플레이를 볼 수 없다는 생각, 더 나아가서는 그를 더 이상 이 팀에서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팬들은 슬펐던 것 같다. 나 역시도 그 시기에는 과거보다 팀의 경기를 시청하지 않았지만, 그가 은퇴한다고 했을 때 그의 모습을 원주에서 보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에 아쉬웠다. 팬들의 우려와는 다르게 바로 팀의 코치로 돌아왔으며, 현재는 감독이 되어 팀을 이끌고 있다. 스포츠라는 것은 정말 특이한 분야이다. 팀이 우승하거나 강등을 당해도 팬 개인에게 주어지는 이득이나 손해는 하나도 없지만, 팀의 결과에 따라 감정이 요동치곤 한다. 선수의 플레이뿐만 아니라 어떤 한 선수가 이적했을 때 슬퍼하고 배신감을 느끼고, 혹은 팀에 계속 잔류하여 팀이 우승권 팀이 아니더라도 기적을 써가며 작은 트로피라도 들어 올리게 되면 크게 감동한다. 이처럼 스포츠의 세계는 물질만능주의가 만연하고 각박한 현실사회에서 벗어나 사람의 감정선을 건드리는, 비교적 ‘낭만’이라는 것이 남아있는 세계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우리가 주말에 해외 축구 경기를 보면, 순위가 낮거나 규모가 작은 팀의 구장에도 관중들이 가득 차며 열렬히 지지와 응원을 보낸다. 평일에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 학업으로 인한 압박과 스트레스 등 현실에서의 일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는 장소이다. 나에게 있어서 김주성이라는 이름과 원주 DB라는 구단은 해외 축구 관중들이 그들의 응원팀과 팀에 충성을 다한 선수들에게 받는 느낌과 다르지 않다. 구단, 김주성과 함께 울고 웃었던 것은 너무 소중했던 추억이었다.

김주성의 등번호 ‘32’ 번은 당연하게도 영구결번이 되어 홈구장 벽면에 있는 거대한 유니폼 그림 속에 박혀있다. 그가 현재 다행히도 팀을 1위로 올려놓고 있지만, 향후 팀을 안정적으로 이끌지 못한다면 그가 팀을 떠나게 될 것이고, 그의 모습을 원주에서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의 번호와 이름은 그가 쓸쓸히 떠난다고 할 지라도 팬들의 기억 속에 항상 남을 것이다. 우리가 옛날 노래를 들으면 그 노래를 이전에 처음 들었을 때를 추억하고 그리워하는 것처럼 DB 경기를 직관하기 위해 구장에 찾아가 그의 이름과 등번호를 본다면 어렸을 적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를 것이라 확신한다. 구단과 원주라는 도시의 상징이자 그 자체였던 사나이 ‘김주성’을 앞으로도 팬으로써 항상 응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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