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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학창시절과 배드민턴

이벤트/백일장
작성자
갓생바라기
작성일
2024-02-29 23:09
조회
69
한국의 많은 학생들이 그렇듯, 나도 입시에 찌들어 매일 학교, 학원, 집을 반복하는 학생이다.

중학교에 들어오면서 초등학교에서 누렸던 자유를 가장 먼저 빼앗겼고, 그 자리는 수많은 공부로 채워졌다. 그렇게 난 몇 년을 자유를 모르는 사람처럼 살았다.

“이번 학기는 배드민턴이다.”

나는 체육이라는 과목을 좋아하는 학생은 아니었다. 천성이 게을러 서있기 보다는 앉아있기를, 앉아있기 보다는 누워있기를 좋아라 했다.

‘아……. 이번에 체육 망했네.’

그래서 꽤 흔한, 배드민턴이라는 종목을 처음 접했을 때, 이런 생각을 했다.

고등학교 진학에 들어가지도 않는 과목이라 별 상관은 없었지만, 한 학기 내내 배드민턴에 시달릴 생각을 하니 눈앞이 캄캄했다.

“야. 이대로면 망하겠는데? 어쩌냐?”
“걍 해 봐.”

옆에 앉아있던 친구에게 푸념하듯 말했지만, 녀석은 시큰둥하게 답했다. 아마 저는 체육이 특기니 별 걱정이 없었겠지 싶다.

몸 풀기를 할 때도, 라켓을 손에 쥘 때도, 아무도 관심 있게 보지 않는 교육 영상을 볼 때도, 나는 배드민턴이 내가 가장 애정하는 종목이 될 줄 몰랐다.

“경기를 할 건 아니고, 서브 정확도로 시험 점수를 매길 거다. 10번 다 넣으면 만점이다.”

‘미친. 저기다가 넣으라고?’

이제 갓 룰을 배운 배린이(배드민턴 어린이)에게는 하얀 선 안에 놓여진 작은 고깔로 둘러싸인 네모난 공간이 너무나도 협소하게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3단계로 나뉘어진 수행 단계에서 첫 단계를 전전했다. 네트를 넘기는 것도 힘들었다. 겨우 넘겼다 싶으면 선 밖으로 나가거나, 너무 짧거나, 또 너무 길었다.

‘와……. 진짜 에반데.’

그렇게 긴 수업은 끝났고, 난 역시 예상대로라며 배드민턴에 관심을 거뒀다.

그런데 배드민턴은 꽤 끈질겼다.

“야. 점심 먹고 도서관 고?”
“아, 사람 개 많아서 싫음. 강당 가자.”
“뭐하게? 할 것도 없으면서.”
“수행 연습하면 되지. 아님 넌 구경이라도 하든가.”
“엥. 니가? 연습을?”

같은 반 친구가 겨우 끌고 가 도착한 강당은, 선배들의 배드민턴 소리로 가득했다.

조금 뒤에 안 사실이었는데, 우리 학교에서 배드민턴으로 수행을 치게 되면서 배드민턴이 유행을 타고 있었다.

윗 학년 부터 내려온 유행은 훗날 우리가 3학년이 됐을 때 1학년까지 전해져, 당시 1학년 학생들 중 전문적으로 배드민턴을 배우는 애들까지 생겼다.

“음…….”
“야. 가르쳐 줄 테니까 경기 해보자. 서브만 하면 노잼임.”
“아, 나 개 못하는데.”
“니랑 팀 먹어줄 테니까 빨리.”
“뭐어, 알겠다.”

며칠 강당을 드나들고, 어쩌다가 점심을 빨리 먹은 날, 우리는 다른 반 친구들까지 끌어와 본격적으로 배드민턴 경기를 했다.

“야! 서브 그렇게 하면 반칙임!”
“어쩔. 우리가 언제 그런 거 신경 썼냐?”
“아오.”

그렇게 하루, 이틀, 사흘, 일주일이 지났다.

나는 점점 야매로 하는 배드민턴에 흥미가 생겼고, 서브보다 스매싱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아직 제대로 된 서브도 할 줄 몰랐지만 애들과 하기에는 썩 나쁘지 않은 실력이 되었다.

“오늘 수행이다. 번호 순서대로 서.”
“네에? 오늘요??”
“저번에 말했잖아. 빨리 준비해. 시간 없다.”

야매로 했던 탓에 수행 결과는 좋지 못했다. 10개 중에 6개였던가. 아마 그정도였을 것이다. 그래도 처음에 3개도 못 넣던 실력인데 많이도 늘었다.

“오늘 밥 먹고 바로 강당 고고.”
“나 밥 안 먹을 건데.”
“그럼 자리 잡아 놓으셈. 애들 끌고 갈게.”

우리는 수행이 끝났음에도 배드민턴을 놓지 않았다. 몇 없는 학교의 즐길거리중 하나로 등극한 것이다. 학교 장비로는 실력이 늘기 힘들었고, 아마추어들 중 아마추어인 실력이었지만, 그때는 그게 그렇게 재밌었다.

내 친구들 중 몇몇은 점점 배드민턴에 진심이 되어갔다.

“야. 체육쌤이 배드민턴 대회 참가 인원 뽑는대. 너도 하실? 나랑 우리애들 중 셋 정도는 할거라는데.”
“대회가 언젠데?”
“음……. 아마 시험 2주 전쯤? 예선에서 올라가면 더 할 수도 있을 거고.”

나는 애들이 드디어 미쳤나, 싶었다. 학생들이 취미로 하는 배드민턴 때문에 시험 공부를 하지 않고 배드민턴 대회에 나가겠다니. 대회에 나가려면 주말에도 나와서 연습을 해야 할 터였다.

“난 안 해. 시험 2주 전인데 미쳤다고.”
“까비. 인원 한 명 부족했는데.”
“열심히 하시고, 결과나 알려주셈.”
“엉야.”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카톡에서 애들의 소식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결국 예선에서 떨어짐 ㅋㅋㅋㅋ 와 여기 개빡세]
[그래도 잘 했다 ㅋㅋ 열심히 했음 됐지]
[ㅋ 이제 고기 먹으러 간다]
[맛있게 드셈]

나는 시험 공부 하던 것을 멈추고 잠시 핸드폰을 뒤적거렸다. 떨어질 줄은 알았지만, 그래도 경기라도 보러갈 걸 그랬다. 그 열기를 느껴볼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난 시험에서 나쁘지 않은 점수를 얻었지만, 지금도 가끔 생각하곤 한다. 그때 내가 대회에 참가했더라면, 그게 더 가치있는 일이 되지 않았을까 하고.

고등학교 입시의 끝을 바라보고 있는 지금, 상황은 많이 달라졌지만 배드민턴의 추억과 열정은 바래지 않았다. 여전히 가끔씩 거의 주마다 배드민턴을 치고, 그것도 모자라 주말이나 간간히 시간이 날 때마다 배드민턴을 치러 가곤 하니까.

배드민턴은, 그래. 거창하지 않고 즐겁게 즐길 수 있었기에 내 인생에 안식처로 남지 않나 싶다. 건강하게 즐길 수 있는 취미거리, 그 이상이 될 수 없지만, 내게 체육이라는 하나의 세상의 문을 열게 만들어준 고마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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