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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을 검에 담아 휘두를 때

이벤트/백일장
작성자
시녹
작성일
2024-02-29 23:12
조회
127
시작은 나보다 5살 많은 친형을 따라 검도관에 다니면서였다.
기억도 안날 정도로 어린 6살 정도의 나이부터 나는 죽도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 어린 마음이 무엇을 알았을까? 자세는 흐트러지고 연습을 빼먹고 관장님 애를 참 많이도 먹였던 기억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 어린 동생을 챙겨주는 형, 누나들이 있었고 함께 검도관을 뛰어다녔던 친구들, 빈자리에서 나를 기다리는 호구와 죽도가 있었다.

검도장의 나날들은 확확 바뀌고는 하여 아무도 없는 검도장에서 단 한 명의 원생이라도 와주길 바라며 오들오들 떤 적이 있는 날이 있으면
오히려 사람이 없는 검도장에 비치는 햇빛을 맞으며 평온히 꾸벅꾸벅 졸았던 적도 있다.
수많은 원생이 다 같이 시끌시끌거리며 대련하고 게임을 하며 왁자지껄 지냈던 적도 있으며 마지막이라고 인사하러 온 친구 때문에 남몰래 울먹인 적도 있다.
지금이야 익숙한 이별, 기다림, 행복, 평온들의 감정이지만 그때는 그것들이 얼마나 새로웠는지 매일매일 새로움 경험, 감정에 익숙해지느라 하루가 너무나 빨리 끝나고는 하였다.

나무에 푸른 잎이 돋았다가 지기를 다섯 번 시간이 지나자 나는 조금씩 성장했다.
키는 자랐고 자세는 발라졌으며 검을 휘두르는 방법, 막는 방법들이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나보다 늦게 들어온 친구가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그에게 느낀 감정은 아마도 경쟁심이었을 것이다.
그 친구는 나보다 살짝 늦게 검도관을 들어왔지만, 나랑 같은 띠를 매고 있었고 어느 순간 그 친구보다 높은 띠를 매는 것이 나의 목표가 되었다.

그 친구와 대련을 할 때 내가 내지른 회심의 기술은 막히고 했으며 그의 기술은 언제나 힘겹게 온 힘을 다해야 막을 수만 있었다.
하지만 그러다가도 치열한 접점 끝에 유효타를 내고 나면 항상 왠지 모를 즐거움이 느껴지고 하였지만,
그때 당시에는 그런 것보단 그 친구를 뛰어넘고 싶다는 경쟁심이 더 커 다른 감정들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었다.

그때 당시 검도를 할 때 끼는 방어구는 튼튼하지만 유일하게 손목에 끼는 장갑은 충격에 약했다.
그 때문에 테니스 손목 보호대를 껴 손목을 보호하는 것이 선후배를 거쳐 내려온 중요한 팁이었지만 그 친구는 그 사실을 몰랐었다.
그래서인지 그 친구는 항상 손목을 아파하였다. 그리고 떤 적이 그 친구가 심하게 나를 놀린 날 나는 그 친구의 손목을 있는 힘껏 내려쳤다.
대련이 끝나고 그 친구는 울먹이며 나에게 ‘왜 그렇게 손목을 세게 쳤느냐고’ 물어보았다.
그 친구의 손목을 내려다보니 새빨간 손목 색이 마음을 아릿하게 쑤셨다.

다음날 아무렇지 않게 또 깐죽대며 대련 준비를 하는 그 친구에게 나는 왼쪽 손목보호대를 건넸다.
분명히 비어있는 내 왼 손목은 대련 중 아플 것이고 내가 아끼는 물건이 그 친구의 땀으로 더럽혀질 것이지만 더 이상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그 친구의 빨간 손목을 안 보는 것만으로 충분하였다.
그렇게 그날 이후 그 친구는 2년을 내 손목보호대를 썼다. 자신 것을 살 만도 했지만 왜인지 대련 전 꾸준히 내 손목보호대를 꾸준히 매일같이 빌려 갔다.

이제 더 이상 검도를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때 느꼈던 감정들, 경험들이 어느새 든든히 나를 지탱해주고 있다.
그리고 한 번씩 용기가 사라질 때, 해야 할 말을 못하거나, 내가 솔직해져야 할 때 나는 그때 빌려준 왼쪽 손목 보호대를 생각한다.
그리고는 그때 손을 내민 나로 돌아가곤 한다.
그럼 신기하게도 많은 일이 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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